매일신문

2002새 대입바람-소용돌이 학교(6)

▲사회=학생과 학부모 모두 수행평가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므로 우선 제도의 취지와 방법을 짚어보았으면 한다.

▲정장학관=수행평가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대비해 창의력과 인성을 키우는데 목표가 있다. 수행평가는 결과와 과정을 함께 평가함으로써 학생의 창의력을 키워가는 선진적 평가방식이다. 필기시험 뿐만 아니라 수업준비에서부터 수업중 질의응답 태도, 과제물 수행능력, 발표능력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한다. 과제물이 부담스러운 것은 평가성격상 당연한 일이다.

▲김지부장=수행평가에 대해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황이다. 주입식·암기식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대안으로 제시된 수행평가의 구체적 내용을 모르기 때문이다. 취지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평가의 객관성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 당장 내신성적만으로 고교에 진학하는 중학생 학부모는 과민할 정도로 신경 쓴다.

▲사회=수행평가는 곧 2002학년도 입시와 연결된다. 놀아도 대학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많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윤실장=특기와 적성 만으로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데 수행평가를 시작한 뒤로는 365일 평가에 시달린다는 불만이 많다. 그러나 2002학년도에도 평가와 판단의 기준은 학력이 될 수밖에 없다. 특기나 적성 만으로 진학가능한 학생은 극히 일부다. 일반 학생들은 학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학부모들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부장=학교에서도 1학년 교사들 사이에 학생들이 공부을 안 한다고 걱정이 많다. 실제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하지 않고 있다. 특기·적성 교육에 무관심하고 일찍 집에 가거나 마지 못해 앉아 있는 학생도 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무시험 전형이라는 점을 과대해석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아무리 무시험·특기전형이라 해도 공부는 해야 한다.

▲윤실장=새 제도에 대한 홍보가 왜곡된 면이 많다. 이제 공부 안 해도 되겠네 하는 생각이 상당히 퍼져있다. 학원가는 학생이 많다고 하지만 전체 수강숫자는 줄어들었다. 어떤 제도 아래서도 열심히 학교생활하고 공부하는게 좋은 대학,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는 길이다.

▲정장학관=수능시험이 처음 도입될 때도 혼란이 많았다. 지금까지 새 제도에 대해 많은 연수를 해오고 있다. 학부모 상대 연수를 다시 해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하겠다. 사설학원이 과장광고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으니 학원연합회 대상 홍보도 할 계획이다.

▲사회=수행평가는 교사들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데 실제 교사들의 생각은 어떤가.

▲김부장=처음 도입되다 보니 교사들도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주위에서도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도 처음에는 욕심을 많이 냈지만 시행과정에서 지필고사와 서술형 평가 등을 적절히 혼합하는 등 운영에 융통성을 발휘해가고 있다. 문제는 시기적으로 교육계 구조조정과 맞물려 돌아가니까 교사들의 사기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잡무가 많다거나 보수가 줄었다거나 하는 것보다 사기가 더 큰 문제다. 촌지, 체벌 등 교사의 부정적인 면이 지나치게 부각돼 심리적으로 위축돼있다. 사회에서 교사들에게 믿고 맡겨보자는 분위기가 살아나야 새 제도도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김지부장=교사의 사기를 진작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교육을 걱정하는 건지 교사를 걱정하는 건지 모르겠다. 명퇴, 잡무 등이 너무 부각되고 있다. 교사도 전문직이라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수행평가는 교사가 전문성을 키워가는 좋은 계기로 보인다. 잡무가 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수행평가 때문에 일이 많아졌다고 불평하는 것은 교사답지 않다고 본다.

▲사회=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수행평가의 공정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데.

▲정장학관=객관성과 신뢰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타당성이 중요하다. 교수학습과정을 평가하고 이것이 입시에 반영되니까 학부모들의 걱정을 사는데 시간이 갈수록 괜찮아질 것이다. 교사들이 우선 전문성을 가져야 하고 노력하는 만큼 당당해져야 한다. 예전만큼 일하고 전문성을 갖겠다는 생각은 안이하다. 학부모들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하나하나 믿어줘야 제도가 정착될 수 있다.

▲김지부장=수행평가는 교사에 대한 신뢰가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교사들은 무조건 믿어달라고만 해서는 안 되고 학부모들도 학교운영위원회 등 합리적인 방법으로 자기 의견을 밝혀야 한다. 학교와 학부모간에 토론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정장학관=학교문화가 바뀌는 것도 각계 의견이 수렴될 때 가능하다. 학부모들도 주위에서 비판만 하지 말고 적극 참여하길 바란다. 수행평가도 마찬가지다. 평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가능하면 학부모들이 성적관리위원회에도 참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사회=새 교육제도의 성공을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한지 각자 지적한다면.

▲김지부장=대부분의 교사들이 업무과중이나 사기저하를 이유로 교육개혁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고가는 경향이 있다. 부담이 되더라도 교육적으로 옳으면 해야 한다. 수행평가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사, 학부모 모두 노력해야 한다.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교사들이 먼저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빠른 길이라고 본다. 지엽적인 문제 때문에 교육개혁의 대의를 그르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정장학관=교육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수행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려운 여건이 많지만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교사, 교과, 단원, 학생수준 등에 맞는 수행평가 방안을 모색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도 이같은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김부장=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사기가 왜 떨어졌으며 왜 잘 움직이지 않는가에 대해 고려해봐야 한다. 학교 분위기도 차근차근 짚어봐야 한다. 학부모를 비롯해 주위에서도 너무 큰 것을, 너무 급하게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회 전체적으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윤실장=새 대입제도 아래서도 수능성적은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형자료임을 학생, 학부모 모두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바뀐 제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학생의 학력수준이나 특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 소질과 적성에 맞춰 어떤 대학, 어떤 학과에 갈 것인지 일찌감치 범위를 좁혀 선택해두고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정리 金在璥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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