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당 왔다 갔다 한달만에 꼬리내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 총재의 사위 고승덕(高承德)변호사가 6.3 재선에 출마하기 위해 벌인 한달간의 유전은 한편의 '정치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고 변호사가 정치에 뜻을 둔 것은 무척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이러한 뜻을 실현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긴 것은 3.30 재.보선이 끝난 직후였다.

고 변호사는 지난 1일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 사무총장을 만나 이력서를 낸뒤 한화갑(韓和甲) 김옥두(金玉斗) 최재승(崔在昇) 의원 등 동교동계 실세들을 두루찾아 다니며 송파갑에 국민회의 후보로 출마하기 위한 공천운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가 낸 이력서에는 자세한 가족관계까지 기록돼 있었고 청와대에까지 이력서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은 고 변호사가 공동여당인 자민련 총재의 사위이고 박총재가 고 변호사의 공천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 이달 중순부터 공천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방침을 정해가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한나라당측이 고 변호사에게 접근했다. 고 변호사와 미 하버드대 연수동문인 황우려(黃祐呂) 의원이 총대를 맸다.

한나라당측으로서는 고시 3관왕 출신인 고 변호사가 경쟁력 있는 후보인데다 그를 공천함으로써 여권의 선거전략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수 있다는 일거 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가 결정적으로 마음을 돌린 것은 25일을 전후해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만나고 난 뒤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선배인 이 총재가 확실한 공천 보장과 함께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자 결국 그는 27일 한나라당 입당원서에 도장을 찍었다.

고 변호사의 한나라당 후보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가장 당황한 쪽은 박 총재였다. 사전에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데다 선거전이 시작되면 '장인과 사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온갖 루머와 억측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순천에서 병원을 운영중인 고 변호사의 부모도 황급히 상경했고 이날 저녁 박총재의 북아현동 자택에서는 사돈간에 '긴급회의'가 열렸다. 같은 시간 김현욱(金顯煜) 사무총장, 조영장(趙榮藏) 비서실장 등도 한나라당의 친분있는 사람들과 밤 늦도록 접촉하며 공천 철회를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그는 28일 밤 부모의 간곡한 설득과 가족 친지가 모두 동원된 출마 만류에 결국 뜻을 접었다. 이에따라 그는 29일 오전 8시께 박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찾아 뵙겠다"고 말함으로써 한달간 여야를 넘나들며 벌인, 짧지만 다난한 방랑을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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