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法寶)해인사, 승보(僧寶)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사찰인 불보(佛寶)통도사의 조실이었던 경봉(鏡峰)스님.
스님은 우레같은 사자후로도 드날렸지만 입적때까지 머물렀던 극락선원을 찾는 이들에게 먼저 『이 극락선원은 길이 없는데 어떻게 왔는가?』하고 묻는 그 물음도 아주 유명했다.
물론 이 물음에 선선히 대답할 안목있는 방문객도 흔치 않았다. 모두들 '극락'이라는 선원의 이름과 길이 '없다'는데 신경을 쓰다보니 마땅한 답거리를 찾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요즘 우스갯거리에도 이와 비슷한게 하나 있다. 붕어빵과 국민의 정부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국민의 정부에는 국민이 없다는 그 '없다'라는 점이라는것.
위정자들도 수없이 들었을 이 말은 경봉스님의 길이 '없다'는 것과는 멋지게 대조되는 사회적인 은어이고 보면 깊이 새겨 볼 만한 일이 아닌가. 국민이 없는 정부는 정부도 없는거나 진배없는 일이니까.
'없다'라는 말은 보통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미는 꼴로 비겁하고 부도덕한 일이 벌어질때 이를 회피하고자 쓰는 수단 일 때가 많다.
특히 정치판에서는 이를 감초같이 여겨야 살아 남을 수 있어 정치인들에게는 필수품이다. 그런 일은 추호도 '없다'고 하면 국민들은 쉽게 속아 넘어간다. 알아도 속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맛으로 정치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털이범에 발목이 잡힌 유종근전북지사도 12만달러는커녕 1달러도 도난 당한게 '없다'고 했다.
현장검증도 않은 검찰도 용의자 김강용씨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면서 12만달러부분은 기소대상서 제외시켰다. 가히 '없다'공화국이라 할만하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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