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사금융기관 실태

외환위기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유사 금융기관이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이낸스사는 저금리 시대인 요즘도 20~30%의 고금리를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윗돌 빼내 아랫돌 괴는 식의 경영으로 투자자들을 울리는 경우가 적잖다. 유사 금융기관에 대한 피해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말부터 50일간 실태조사를 벌였다.

대구에선 지난해 말부터 파이낸스사를 비롯한 유사 금융기관이 급증했다. 대부분 부산.경남에 본거지를 둔 대구지역 파이낸스사 영업점 수는 1일현재 46개. 올초까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던 파이낸스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밖에 교통범칙금 대행사 5개와 상조회사 20여개가 대구에서 영업하고 있다. 지역 유사 금융기관의 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했다.

##파이낸스사

자본금 5천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는 상법상의 법인(주로 주식회사)으로 '○○파이낸스' 또는 '○○팩토링'이란 상호를 사용한다. 최근 파이낸스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용' '○○캐피탈'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여수신 업무를 허가받은 정식 금융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지 않는다. 전국에서 600여개 업체가 난립, 영업중이다.

금감원은 실태조사 결과 차입금 비중이 87.4%로 높고 상당수 파이낸스사가 자기자본 잠식상태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영업은 일반인 및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금, 주주.투자자 모집,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이 어려운 룸살롱.나이트클럽.러브호텔 등 유흥업소 및 중소업체, 영세상인에게 40~50%의 초고금리로 대출한다.

하지만 파이낸스사간 자금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파이낸스사는 30%대의 고금리를 제시하고 거액예치 고객에 대해 사은품으로 고급승용차까지 내걸고 있다. 또 직원들의 자금유치 성과급을 유치금액의 1~3%에서 3~5%로 상향조정하고 있다. 더욱이 수신고 하락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일부 파이낸스사는 신설 영업점에서 조달된 자금으로 기존 영업점의 유동성을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자금과 영업력이 취약하다보니 파이낸스사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98년이후 12개 업체가 부도 또는 대표의 자금유용.도피 등으로 파산했다.

파산으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는 지금까지 부산.경남지역에서 많이 발생했지만 조만간 북상할 조짐이다. 이종원 금융감독원 대구지원 선임검사역은 '98년말쯤 대구로 진출한 파이낸스사가 많아 올연말 결산배당시기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파이낸스에 대한 금감원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불만을 가진 파이낸스사도 있다. 파이낸스협회에 가입된 11개 파이낸스사다. 이들은 파이낸스의 순기능을 강조한다.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문턱'이 서민들에겐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고금리를 받는다지만 우량 파이낸스사는 대출금리를 계속 내려 13.8%~20%정도라고 주장한다. 지역 모 파이낸스사 관계자는 '무작정 백안시할 게 아니라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 양성화해달라'고 주문했다.

##교통범칙금 대행사

'○○운전자보장' '○○운전서비스' 등의 이름으로 전국에서 약 30개가 다단계 판매방식으로 영업중이다. 연회비를 내면 음주운전.고의사고.주정차 위반을 제외한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을 대납해준다고 선전한다. 대부분 업체가 자본금 5천만~1억원의 영세업체로 대구에선 5개 업체가 영업해왔으나 범칙금을 제대로 대납해주지 못해 유명무실화된 상태다.

##상조회사

계약자가 불특정 다수인 점과 영업방식은 보험회사와 비슷하나 회비완납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서 보험회사와 다르다. 일정기간 동안 회비를 선납받은 뒤 회원의 사망 등 사고발생때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감원 조사결과 선납받은 회비관리 미흡과 특정지역 밀집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경영상태가 부실하며 지급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법상 주식회사인 상조회사는 대구 20여개를 비롯 부산 36개 등 전국에서 60여개사가 영업중이며 회원수는 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금감원은 추산했다. 금감원 대구지원은 30일에도 상조회사 관련 민원을 접수했다. 자동이체로 회비를 납부해왔으나 회사는 오래전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증권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유사투자자문업체와 범용품을 구입, 단기 대여하는 렌탈사는 전국에서 각각 100여개와 10여개사가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감원 대구지원은 유사투자자문업체와 렌탈사에 대한 구체적 실태는 지역에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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