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국 지방팬 버리고 뮌헨서 공연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소프라노 홍혜경씨의 대구공연이 무산됐다.

이미 예매를 마친 400여명을 포함, 지난해부터 공연날짜를 손꼽아온 지역팬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전주, 청주, 광주, 부산공연도 줄줄이 취소됐다. 홍씨의 내한공연은 7일 서울에서만 열린다.

홍씨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미국 '콜럼비아 아트 매니지먼트'사가 당초의 계약을 파기한 것은 아니다. 어처구니없게도 '계약'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부터 콜럼비아측과 공연을 협상해온 '서울예술기획'이 공식적인 계약서가 작성되기도 전, 5개 지방도시의 공연기획사들과 미리 지방공연 가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러나 콜럼비아측은 최근 "서울에서만 공연하겠다"고 최종 통보해 왔다.

게다가 홍씨측은 막판 '저울질' 끝에 지방공연을 버린 것으로 알려져 지방의 음악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예술기획 관계자는 "지방공연 계약서가 작성되지는 않았지만 콜럼비아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공연은 거의 성사되는 듯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들어 지방공연의 TV중계와 중계료 문제를 놓고 서울예술기획과 콜럼비아측간에 크고 작은 대립이 불거졌고, 지역민방이 TV중계를 전제로 공연을 유치하려 했던 전주, 청주, 광주지역 공연이 먼저 취소됐다.

대구, 부산 공연도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한국의 공연기획사들이 간절하게 매달리는 동안, 홍씨 측은 거장 로렌 마젤이 지휘하는 뮌헨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독일에서 협연키로 선뜻 응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 지방공연이 예정됐던 때와 같은 기간이다.

홍씨의 지방공연 무산은 계약이 성사되기도 전 팬들에게 김칫국부터 마시게 한 기획사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뉴욕에서 오페라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홍씨를 손꼽아 기다려온 팬들은 '고국의 지방도시 대신 뮌헨을 선택한' 홍씨의 결정에 더 큰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한번 버림받은 지방 공연기획사들은 홍씨의 스케줄이 비는 오는 8, 9월 중 다시 한번 내한해줄 것을 간곡히 애원하고(?) 있다.

대구를 포함한 지방도시의 수많은 팬들이 이미 자존심을 상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세계적 명성의 프리마돈나이며 '흥행의 보증수표'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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