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손바닥으로 해를 가린 검찰

고관(高官)집 절도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발표 내용을 보고 과연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굳이 개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회의와 함께 실망을 금할길 없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절도사건은 주범 김강용과 공범들의 피의사실을 밝힌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기실은 그 피해자들이 현정권실세인 유종근전북도지사, 3.30재보선을 관장한 안양경찰서장이나 용인경찰서장을 비롯, 몇몇 장관들이라는데서 문제가 발단된 것이다.

따라서 절도사실보다는 비록 피해자들이지만 그들의 현금보관 액수나 보관실태 등으로 미뤄봐 필시 거기엔 정당하지 못한 점이 있을것이란 의혹을 가지게 되는건 국민들로선 당연한 의심일 수 있다. 더욱이 IMF체제아래 기업이 쓰러지고 서민들은 실직 감봉 등으로 고통을 겪는 판에 고관들은 흥청망청 했다는 의혹까지 드니 국민적 공분으로 이어졌고 그 의혹을 풀어달라는게 여론이었다.

그러나 수사결과는 역시 더이상 못밝히겠으니 그냥 넘어가 달라는 투의 내용으로 일관해 버렸으니 우선 검찰이 강한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 그렇지만 만약 검찰이 이른바 표적수사 대상이었다면 이런식으로 했을까. 갖은 수단과 방법을 충동원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건 지금까지 여러 정치사건에서 경험해온 것으로도 입증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각종 의혹도 검찰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밝힐 수 있는 각종 물증이나 정황증거가 많았다.

그런데 검찰이 피해자인 점만을 강조하면서 쉽게 물러선건 아무래도 납득이 안가고 석연찮다. 만약 이만한 사건의 각종 의혹들을 정말 밝힐 수 없다면 그건 검찰의 무능함을 스스로 드러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검찰이 외압은 없었다고 말하지만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짐작되는 이번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는 인위적인 것으로 '시녀검찰'의 오명(汚名)을 또 한번 받으면서 신뢰는 크게 추락한 셈이다.

이종기변호사사건 여파로 보여준 젊은 검사들의 그 저항정신은 이번 사건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길이 없다. 검찰이 정치권에 약하고 눈치나 보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 비치면 국민들은 더 이상 기대할 곳이 없어진다. 이 점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 검찰이 이토록 상식적인걸 묻고 지나가면 그에 상응한 검찰로 향한 불신은 급기야 현정권쪽으로 화살이 향해간다는 사실을 검찰도, 현정권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검찰은 이번 사건처리에서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고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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