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 흑룡강성 지돌이 할머니

"살아생전 효도 한번 못하고…. 불효자식 이제야 돌아와 아버지 앞에 절을 올립니다"

중국 흑룡강성 동녕현에 살다 55년만에 고국을 찾은 일본군 위안부 출신 지돌이(池石伊.77)할머니. 지할머니는 어버이날을 하루앞둔 7일 오후 포항시 북구 기계면 인비리에 있는 부친(53년전 작고) 묘소를 찾아 통곡했다."부모님은 7남매를 키우느라 무지 고생했지요. 늘 나물캐서 먹고 남의 논.밭 부치면서도 우리 남매들에겐 입쌀죽을 먹여 주셨는데…" 정성스레 준비해 온 술잔을 아버지 묘소에 올린 지할머니는 회한에 젖어 목이 잠겼다.

7남매중 맏딸로 태어난 지할머니는 22살때인 45년 2월 "중국에 좋은 직장 있다"는 말에 속아 흑룡강성으로 갔다. 그러나 성냥공장에서 일한다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도착한 곳은 일본 군부대 주둔지. 그곳에서 돈 한푼 못받고 일본 군인들을 상대로 한 위안부가 돼 죽도록 고생만 했다.

45년 8월 일본이 망했지만 여비도 없고 소련군이 길을 막고 있어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막막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위안부는 처벌받는다'는 소문까지 돌자 지할머니는 귀국을 포기하고 동녕현 근처 중국인 마을로 숨어 들었다.

지할머니는 그곳에서 8살위의 중국인(3년전 작고)을 만나 살림을 차렸고 남매를 낳았으나 한시도 고향을 잊을수 없었다. 지할머니는 대한적십자사에 편지를 보냈고 마침내 고국 방문길에 올라 생존해 있는 다섯동생과 상봉한후 아버지 묘소를 찾았다.

〈포항.崔潤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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