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 수사권 독립 갈등 확산

경찰이 최근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수사권 일부 독립을 주장하고 나오자 검찰이 절대불가 입장을 밝히며 경찰이 행사중인 즉결심판 청구권을 회수할 것을 검토하는 등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권 독점이 일제시대때부터 굳어져온 제도로 현재 자치경찰제 도입이 눈앞에 다가올 정도로 시대가 변한 점을 고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할 경우 자질 부족으로 인한 인권 침해 가능성이 많으며 형사소송법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경찰 입장

경찰은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로 수사권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 이뤄져야 자치경찰제의 의미를 살릴 수 있으며 경찰이 불구속 사안을 관할하는 관례가 현행법에 위반되는 현실을 고쳐야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경찰청이 마련한 시안에는 구속영장 청구때는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되 불구속 사안은 경찰의 권한으로 처리하고 불구속 사안도 송치뒤 검사가 구속사유로 판단하면 지휘를 받겠다고 돼 있다.

또 경찰은 검찰이 내세우는 경찰의 자질 부족과 인권 침해 시비에 대해 그간 고시 특채, 경찰대생, 법대 졸업생, 간부후보생 등이 많이 충원, 경찰의 중추 인력으로 자리잡고 있어 자질 부족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검찰 입장

검찰은 경찰의 주장에 대해 논리적, 법률적으로 불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국가소추기관으로 설치한 검찰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수사 자체가 범죄 처벌을 위한 준비행위에 해당돼 발생 즉시부터 검사가 수사를 지휘하는 것이 맞으며 경찰에게 일부 권한을 이양해 줄 경우 검사의 존재가 의미없게 된다는 입장이다.

또 경찰의 불법수사, 증거채택 등을 감시하는 것이 검찰의 주요임무인 점을 내세워 경찰의 권력남용에 대한 견제장치를 잃게 될 경우 사건 은폐, 편파 수사 등 고질적 문제점을 고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 국가와 일본 등 외국에서도 검사의 권한을 강화, 영장 청구권과 수사종결권을 모두 검찰에 두고 있으며 검찰과 경찰 관계도 상명하복이 국제적 표준임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 분위기

지역 경찰과 검찰도 각자의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면서 서로를 의식, 긴장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간부들과 직원들은 이번 기회에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이며 특히 경찰대생 출신 간부들은 전국에 흩어진 동문들과 연계해 앞장서서 '총대'를 메야 하지 않느냐는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

지역 경찰 간부들은 과거 일본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총경급 간부 300여명이 옷을 벗은 점까지 거론하며 결연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 고위 간부는 이와 관련, "국가기관이 상하 관계에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사권 독립이라는 표현도 당연히 이뤄져야 할 부분을 독립운동 하듯이 쟁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비춰져 맞지 않다"고 말하며 경찰내 분위기가 강경함을 내비쳤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이 일정부분 확보하고 있는 경찰 비리를 경찰 길들이기 차원에서 수사하지 않을까하며 검찰의 동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구지검은 인권보호와 법집행의 통일.형평성 유지를 위해 절대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구지검 채수철 제1차장 검사는 "경찰과 같은 방대한 조직에 수사권을 부여할 경우 국민 인권침해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의 견제와 감시를 위해 검찰이 경찰을 지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륙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검찰제를 두고 있는 것은 경찰의 정치권 예속과 전횡을 막기 위함"이라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는 수사권의 본질인 국가소추제도를 전면 부인하겠다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또 "자치경찰제와 수사권 독립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지방 정치세력과 경찰의 유착을 막기 위해서 검찰의 지휘권은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 의견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자 외부 전문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계명대 경찰학부 이성식교수는 "미국, 일본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이뤄져 있는 상태"라고 전제한뒤 "경찰의 고급인력이 많이 충원돼 자질 시비는 현 시점에서 맞지 않으며 앞으로 진행과정에서 국회쪽에 검사와 변호사 출신이 많은 점을 고려, 청와대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 수사권 독립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법학부 박진태교수는 "경찰이 수사권에서 배제돼온 것은 일제시대의 관행으로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며 "그러나 이는 사법개혁과 연계해 이뤄져야 될 문제로 미국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 기소단계에서부터 시민이 참여하는 기소배심제도를 도입, 인권침해 시비를 막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갈등하는 양상으로 사태가 확대되자 청와대에서 이와 관련된 입장표명이나 돌출 행동을 자제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金海鎔.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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