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었다. 카네이션을 든 고사리손을 잡고 남편 면회를 온 어느 엄마가 나를 찾았다. 아이가 아빠께 달아드린다며 밤새 꽃을 만들어 이렇게 달려왔으니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얼마나 어렵게 하는 말인지, 몇날밤 되씹어본 사연인지도 짐작하겠기에 차마 눈길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어린이들은 면회가 금지돼 있습니다"짐짓 냉정한 체 해보였다. "우리는 별 죄도 없는데, 억울해서 못살겠어요"울음섞인 소리로 말하면서도 울지 않으려는듯 얼굴은 억지로 웃고 있었다. "예. 그러세요? 아빠를 존경하는 애기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제가 꽃이나 전해드릴게요"그녀는 몇번이나 고맙다고 인사하며 힘없이 돌아섰다.
면회를 거절한 죄로 꽃배달을 했다. 그 아이의 아빠에게 어떤 재소자는 돈 많이 벌어서 집에 돌아가겠다며 아이들에게 늘 항공봉투에 외국주소로 편지를 쓴다고도 귀띔했다.
며칠후 편지를 검열하다가 눈을 부비며 하늘을 보고 말았다. '…보고 싶구나…. 네가 만들어준 꽃을 달고 자랑 많이 했단다…바쁜 일로 못 만나 아빠도 몹시 속상했단다. 미안하다…실은 아빠가 하던 일에 오해가 생겨서 못올 곳에 와 있단다. 오해가 풀리는대로 곧장 달려 가겠다. 공부 열심히 하고, 훌륭한 모습으로 만나자꾸나 '
복역을 마친후 아이들 앞에서 솔직히 실수를 인정하고, 정직· 성실하고 부지런히 살겠다고 다짐하는 용기가 진정한 아버지의 사랑이요, 권위라고 북돋워 주었다. 그는 사랑하는 세남매의 손만 잡을 수 있다면 어떤 일거리도 마다하지 않겠노라고,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목숨과도 바꾸겠노라고 비장한 결심을 내비쳤다.
또다시 돌아온 어버이날. 고사리손으로 어설프게 만든 빨간 카네이션을 들고 교도소를 찾아왔던 그 모자와 울먹이던 아이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이번 어버이날엔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서 웃는 얼굴로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기뻐하는 광경도 상상해본다.
따스한 가정으로 돌아가야 할 아버지들의 행복을 걸어 잠가야 하는 나의 손길이 오늘 따라 더욱 거북스럽고 떨리기만 한다.
〈대구구치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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