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획대로 하면 대구가 동양의 밀라노가 되는 것입니까?"밀라노 프로젝트 17개 사업중 하나를 맡은 지역 연구기관의 한 실무책임자는 요즘 서울 가기가 싫다. 밤새워 계획을 만들어서 서울에 있는 소관기관에 심의받으러 가면 위원들이 대뜸 묻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이기 때문이다.
5년 계획의 프로젝트가 2003년 완료되기까지 대구를 밀라노 같은 첨단 섬유.패션도시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은 심의위원 자신들이 더 잘 안다. 봉제 하청기지로서 오랜 경험과 기반을 갖고 있던 밀라노가 지금의 밀라노로 도약하는 데는 20년 이상 걸렸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위원들은 빈정대는 듯한 질문만 던져 뭔가 해보려는 열의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이다.
복장 찧는 질문은 또 있다.
"이 기계 국산입니까, 외제입니까?"
애국자의 충정에서 나온 질문 같지만 실상은 훼방놓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 관계자는 분노했다. 외제 장비라도 성능이 더 우수하다면 도입해 사업을 성공시키는 게 진짜 애국인데 눈앞의 애국타령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비를 걸려는 속내가 숨어 있다고 단언했다.
프로젝트의 추진 실상은 이렇다.
예산규모 6천800억원에 중앙정부 특단의 배려에서 나온 다시 없는 지원이라고 정부는 강조하지만 필요 이상 과대포장돼 오히려 '대구.경북 특혜론' 시비가 확산되는 지경인 것이다. 서울을 비롯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에서 프로젝트 얘기만 나오면 성공 조건을 잘 검토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도끼눈을 하는 형편이기도 하다.이런 판국에 산업자원부가 구성한 섬유산업발전심의회에 지역인사들은 '완전히'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배제돼 버렸다. 프로젝트를 맡은 추진 주체들이 이 심의회에 갔을 때 어떤 사시(斜視)적 시각에 시달릴지 안쓰러울 정도다.
시민들을 우울하게 하는 게 이런 환경만은 아니다. 일리있는 비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극복할 만큼 대구.경북이 단합된 모습, 주도면밀한 사업 추진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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