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동양의 밀라노로 가는 길

정부와 대구시 그리고 섬유업계가 삼위일체가 되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밀라노 프로젝트'는 21세기에 대구섬유업계가 재도약 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앞으로 5년동안 총사업비 6천800억원을 투입하여 17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구조개선과 '패션, 디자인'산업의 육성으로 현재 직물 위주의 대량생산 체제를 '패션'과 봉제를 동반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밀라노 프로젝트'는 김대중 대통령이 대구 경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예산까지 지원함으로써 추진하게 된 것이다.

대구 경북 섬유업계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던 과감하고 확고한 지원에 대하여 지금부터 노사가 힘을 합쳐 꾸준한 기술개발과 혼신의 장인정신으로 반드시 대구를 동양의 '밀라노'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추진에 앞서 가장 먼저 시정해야 할 것은 첫째로 우리 섬유인들의 의식을 개혁하는 일이다. 오랫동안 우리들이 운영해 오던 방식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통하지도 않고 우리 내부에서도 많은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면 '워터제트'직기로 대량생산, 대량수출 하는 방식으로 앞으로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업계가 80년대부터 90년대 전반기까지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대량수출하던 방식은 그 시기에는 그 나름대로의 필요성과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너도나도 한길로 달려갔지마는 국제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이제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피해가 업계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업계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출혈덤핑수출을 조절하지 않으면 너도나도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기업이 살고 업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업종별로 조합.단체를 중심으로 업계 스스로 자율적인 조정이 이어지도록 단합하고 협조하는 정신으로 의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로 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첨단화, 지식집약화 하도록 부단한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세계제일'을 지향하지 않으면 낙오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노사화합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노사간에 대립이 있거나 불협화음이 생기면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불가능하게 되고 파멸을 부르게 된다. 노사가 단결하여 신기술개발, 신제품개발로 경쟁력을 높여야만 살아 남을 것이다.

넷째로는 대구경북 섬유업계의 가장 취약한 부문인 '패션', '디자인'과 봉제산업의 육성발전이다. 직물생산위주에서 고부가가치제품화 할 수 있는 '패션' 산업의 발전없이 대구섬유가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이 공론화되고 있다.

'패션'은 하루아침에 발전시킬 수는 없다. 민족의 역사와 문화적인 배경, 최고의 직물원단과 최고의 염색가공기술 등 종합적인 요소가 한데 어울려 세계적인 작품과 세계적인 유행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대구 '패션'의 앞날은 멀고도 험한 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섬유업계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그 험한 길을 개척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섬유인들은 우리가 가야할 길을 확실히 인식하고 우리의 축적된 힘과 새로운 의식으로 한데 뭉쳐 '밀라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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