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어비스-제작자, 러닝타임 맞추려 30분 폐기

지난해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제임스 카메론감독을 대표적인 '영화 군벌'로 꼽았다.

제작자가 간섭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감독이란 뜻이다. 그러나 그도 한때 제작자의 간섭으로 애를 먹었다. 빼어난 SF영화 '어비스'(Abyss·1989년)의 경우 러닝타임 2시간에 맞추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30여분을 잘라내고 개봉시켰다.

재미나 작품성이 나무랄 데 없는 작품임에도 미국흥행에서 제작비(5천700만달러)를 약간 웃도는 정도에 그쳤고 한국흥행에도 참패했다.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 중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유일한 작품이다.

여기에 한이 맺혔던지 그는 극장용보다 26분이 추가된 감독판을 내놓았다. 바닷속 외계인들의 인간에 대한 분노가 담겨져 있는 부분이다. 무절제한 핵개발과 분쟁 등으로 서로 증오를 키워가는 인간을 징벌하기 위해 외계인들이 거대한 파도로 지구를 휩쓸어 버리려 한다. 신판 '노아의 방주'이다.

마치 바다가 하늘에 붙어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거대한 파도가 해변을 엄습한다. 세계 각국의 도시 위로 파도가 넘실댄다. 그러나 외계인들은 자신을 희생한 딥코어호의 선장 브릭맨(애드 해리스)과 아내 린지(메리 엘리자베스 마스트랜토니어)의 부부애에 감동해 파도를 거둬들인다. 심연으로 가면서 아내에게 보낸 마지막 말 '사랑해 여보(Love you wife)'를 재생시키면서 '인간이여,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부분은 '어비스'의 대표적인 물기둥신에 버금가는 인상적인 특수효과 장면이다. 도시 꼭대기에 붙어 있는 파도 사이로 헬기가 지나는 장면은 마치 '십계'의 갈라진 흥행장면을 연상시킨다.

제임스 카메론의 '어비스-감독판'은 누구도 '가위질'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나마 비디오로 재출시돼 다시 볼 수 있게된 점에서 영화매니아들에겐 행운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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