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리철진'은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참신한 영화다.'간첩'하면 소음총에 여차 하면 독이 든 앰플을 깨물어 죽는 '독한 인간'(?)이 아닌가. 그러나 이 영화의 간첩 리철진은 마치 애인같은 인간미의 소유자다.
커피를 마시고 전람회를 보고 우산도 같이 쓰는 간첩. 거기다 택시강도를 당하지 않나, 은행강도를 맨손으로 때려 잡지를 않나, 한마디로 '돼지 가지러 왔수다'라는 광고카피처럼 뜬금없는 간첩이다.
연극 '택시 드리벌',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장진 감독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빛이 난다.
'간첩 리철진'은 어리숙한 간첩 리철진(유오성)의 6박7일간의 '남조선 오딧세이'. 남한의 슈퍼돼지 유전자 샘플을 훔치기 위해 잠입한 간첩 리철진이 고정간첩 오선생(박인환) 집에 머물면서 겪는 희한한 남한생활 적응기가 줄거리.
공작금이 안 내려와 생활고를 겪고 있는 고정간첩, 말썽꾸러기 아들, 택시강도 일당의 에피소드가 남한 사회를 처음 겪는 간첩의 좌충우돌과 버무려지면서 마치 한편의 폭소연극을 연상시킨다.
당의 지시로 동료를 살해한 리철진이 술취해 서울 거리를 걷다가 그 사이에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는 장면이나 동료를 살해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음악도 적절하다.
'간첩 리철진'이 표방하고 있는 것은 '휴먼 코미디'다. 굶주린 북한 주민을 위해 남파된 간첩을 통해 따뜻한 인간미를 그려보자는 의도. 간첩을 직업으로 생각하는 고정간첩이나 공작금이 안 내려온다고 바가지를 긁는 그의 마누라, 술취해 휘청거리는 남파 간첩의 캐릭터는 50년 간첩사(史)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간첩 리철진'은 '휴먼'을 하나의 소품처럼 방치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그것이 영화의 큰 줄기에 용해돼 있어야 할터인데 굵은 줄기여야 하는데도 택시강도들의 에피소드, 리철진의 기이한 경험들을 코믹하게 그리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에서도 나타났던 문제점들이다.
영화의 묘미는 '조합'이다. 갖가지 소품과 캐릭터를 퍼즐 맞추듯 끼워넣는 작업이다. 지나친 '잔재미 강박관념'은 수다스러울 뿐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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