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각 손숙 환경부장관

"한때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으로 수녀가 되려고 했어요. 그만큼 어린 시절에 받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컸어요"

신임 손숙 환경부장관의 입각은 연극인으로서 처음이라는 점 뿐 아니라 그의 가슴 아픈 과거가 이면에 숨어 있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의 일생에 결정적 상처를 남긴 사람은 바로 아버지였다. 서울 서소문에서 정동호텔 사장으로 사업을 크게 벌였던 아버지는 아내(93년 타계)에게 호텔을 넘기고 일본으로 도망치듯 가버렸다. 그리고 미스 도쿄 출신의 일본인 영화배우와 재혼해 가정을 새로 꾸몄다.

이때가 손 장관이 중학 2학년 무렵.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춘기에 갓 접어든 그는 아버지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배신감을 갖게 됐고, 가족들 또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반발심만 키워가던 손 장관이 연극의 길로 들어선 것은 풍문여고 2학년 때. 작고 배우 이해랑이 출연한 '밤으로의 긴 여로'를 본 뒤 연극에 푹 빠졌다.

딸이 연극에 심취하자 어머니는 '광대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한사코 뜯어 말렸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손 장관의 연극에 대한 열정은 뜨거워만 갔다. 그리고 63년 고려대(사학과) 입학 직후의 개교 60주년 선후배 합동공연작 '삼각모자'에서 여주인공역을 맡는 등 배우로서 타고난 '끼'를 과시했다.

남편 김성옥씨를 만난 것이 바로 고려대 재학시절. 연극배우였던 남편을 만나자마자 깊은 사랑에 빠져 학교도 내팽개친 채 결혼했다.

결혼 2년 뒤, 손 장관은 주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이때가 67년으로 데뷔작은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였다. 이후 그가 출연한 연극은 '홍당무' '파우스트' '신의 아그네스' '위기의 여자' 등 80여편.

손 장관의 연극사랑은 올봄에 계약한 이윤택 연출의 '손숙의 어머니'에서도 잘나타난다. 그는 2월 27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막이 오른 이 작품에 무려 20년의 장기계약을 해 한국연극사에 새 이정표를 세운 바 있다.

손 장관은 방송에서도 타고난 역량을 보여왔다. MBC 라디오가 매일 오전 9시부터 두시간 동안 방송하는 '여성시대'는 여성과 가정의 애환을 청취자와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김승현씨와 공동진행중이다.

그는 90년대 들어 정치와 환경 등 사회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등 활동폭을 넓혀나갔다. 이중 정치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아 한때 국회의원 출마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과는 연극을 매개로 각별해져 이번 입각에 이르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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