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분통터지는 '가짜휘발유'

휘발유 값의 세금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일부 주유업자들 사이에 세금 포탈을 위한 불량 휘발유 유통 사례가 곳곳에서 불거져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안심리가 증폭되고 있다.

최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4만176건의 휘발유 품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불합격률이 0.4% 포인트인 162건으로 나타났고, 올해는 이같은 추세로 봐 무려 1%대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

지난 96년 0.25%(92건), 97년 0.28%(109건)에 비춰볼 때 해마다 휘발유 값 상승에 따른 불량제품 유통사례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성주경찰서가 톨루엔 등 화공약품을 섞은 가짜 휘발유를 제조, 판매해온 일당 6명을 붙잡아 사법처리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포항, 경주 등 대구.경북지역에서만도 20여명의 불량 휘발유 제조.유통사범이 적발됐다.

이는 지난 97년 휘발유 소비자 가격 850원대인 가운데 교통세 등 각종 세금비중이 65.3%를 차지 했으나 지난해 정부가 교통세(58.4%)를 대폭 올리면서 전체 세금비중이 76.1%로 더욱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주유업자들은"그동안 신생업체들의 난립과 교통세 마저 대폭 오르는 바람에 경영환경이 나빠졌다"며 "불량 휘발유를 팔아 세금을 포탈하는 방법으로 이윤을 챙겨왔다"고 경찰에서 털어놨다.

또 경찰의 조사과정에서 이들은 교통세가 전혀 부가되지 않는 솔벤트.벤젠.톨루엔.크실렌 등 휘발유와 비슷한 화공약품에다 정상제품을 50대50 비율로 섞는 방법을 주로 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제조책, 공급책, 판매책 등으로 완벽한 조직망을 갖춘 불량 휘발유 주유업소들은 주로 밤늦은 시간, 여성운전자, 교통량이 적은 도로에 위치한 주유소 등지에서 불법영업을 저질러 왔다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운전자들은"고시가격 보다 ℓ당 80∼90원 정도 낮은 가격 등의 유혹에 걸려들었다"며"어쩐지 옥탄가가 떨어져 노킹이 심하고 연소율이 낮았던 이유를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휘발유값 때문에 가슴이 덜컥덜컥 내려 앉는 서민들에게 불량 휘발유까지 끼얹는 악덕 주유업자들에 대한 단죄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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