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여성들이 무척 듣기 싫어하는 말중에 "빈계(牝鷄)가 새벽을 고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빈계는 우리말의 암탉이다.

'사기'에 나오는 구절로 은나라 폭군 주왕이 악녀 달기의 유혹에 빠져 국정을 소홀히 한 것을 비난하기 위한 말이다.

'나라' 대신 '집안'으로 글귀를 대신해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이 시대에는 결코 자주 인용되어서는 안될 말일 것 같지만 그러나 이번 고관부인들의 옷 뇌물사건이 터지는 순간 많은 국민들은 내심으로 이 경구를 일단은 새겨 보았을 게다.

워낙 무게있는 남편들을 둔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다. 난다는 사정기관도 잘해야 본전이란다. 그래서 국민들만 두번 놀라야 했다.

옷값에 놀라 휘둥그래진 눈으로 우물거리는 이 정권의 어리석음에 다시 놀라야 했기 때문이다. 왜 하찮은 밍크코트 몇벌 때문에 국민들만 두번씩 놀라야 하는가.

50년만의 정권교체니 도덕성 있는 정권이니 하는 말이 되레 야속해지는 정부다. 개혁과 변화에다 그도 모자라 젊은 피를 수혈해 가면서 기껏해 오염된 권력이나 묻고 또 묻는 일 뿐이다.

과거에 너무 많이 봐 왔던 악습들을 다시 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리 묻어도 파고 또 파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쯤은 새겨야 할 일이 아닌가.

어디 배울게 없어 그런 것만 배운다는 말인가. 고려때의 지눌스님은 "얼어 붙은 못이 전체가 물인 줄은 알지만 햇볕을 받아야 비로소 녹는다"고 했다.

비로소 녹은 물위로 드러나는 정직한 수계의 명료함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모든 일은 밝아야 한다. 이미 암탉은 울어 버렸다. 아직은 현 정권의 새벽이 아닌가.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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