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 수사는 사흘째인 30일 관련자들에 대한 대질조사가 연쇄적으로 이뤄지면서 막바지로 치닫는 분위기다.
○…배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의 진술태도 때문에 조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는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거의 10분 간격으로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고 배씨도 어제(29일) 병원에서의 1차 조사때 한 진술을 마구 수정하는 바람에 다시 조사를 벌여야 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검찰주변에서는 배씨와 정씨가 강도높은 조사가 계속되면서 오락가락하는 등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
○…김태정(金泰政) 법무장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는 라스포사에서 차 트렁크에 실려 배달된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를 지난해 12월28일 받아 신정연휴 후인 이듬해 1월5일 되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연씨는 12월30일쯤 파출부가 트렁크에서 꺼내 옷걸이에 걸어둔 반코트를 보고 '웬 코트냐'고 묻고는 라스포사에 되돌려주려 했으나 연휴가 끼어 1월5일 승용차 기사편으로 되돌려줬다"고 말했다.
연씨는 당초 1월4일 김정길 정무수석의 부인 이은혜씨와 함께 경기도 포천의 기도원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코트를 돌려주기 위해 집안에서 승용차까지 걸어가면서 코트를 팔에 걸치고 나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연씨가 코트를 입고 외출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인 것 같은데 그날 돌려주려다가 새벽 2시에 돌아오는 바람에 다음날 돌려줬다"고 말했다.
○…연씨가 라스포사 매장에서 옷을 사고 결제한 100만원 짜리 쿠폰 2장은 딸결혼식 예복 때문에 라스포사와 거래했던 손윗 동서로부터 지난해 추석때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연씨가 손윗 동서로부터 쿠폰을 받았으나 당시에는 라스포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었고 작년 10월말 라스포사 협찬으로 이화여고에서 열린 사랑의 바자회에 참석한 후 논현동 매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씨의 안사돈 조복희(趙福姬)씨를 회원으로 가입시키려고 추천했던 자선모임 '낮은 울타리'의 좌장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배씨는 연씨 등과 함께 모임을 설립할 때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으며 배씨가 앙드레 김 의상실에서 연씨에게 30만원 짜리 블라우스를 선물한 것도 모임 회장으로서 봉사활동에 힘쓴 동생뻘의 회원에게 후의를 표한 것이라는 것.
○…배씨를 중심으로 한 대질조사는 서울지검 11층 1144호 특별조사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사실은 고위층 인사들이 주로 조사를 받았던 곳으로 침대와 화장실이 갖춰져 있으며 배씨는 침대에 누워 산소호흡기를 코에 꼽고 링거 주사를 맞으면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앙드레 김씨 등은 같은 층의 다른 조사실에서 대질신문을 위해 대기했다.
○…이날 밤 9시30분쯤 김태정 법무장관의 자택에서 승용차 두대가 1분간격으로 차례로 출발, 취재진이 갈팡질팡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서초동 빌라에서 검은색 브로엄 승용차가 먼저 출발, 자택앞에 대기해 있던 취재진이 몰린 사이 1분후쯤 김장관의 부인 연씨를 태운 것으로 보이는 회색 쏘나타 승용차가 뒤따라 골목길을 빠져 나가 검찰청사로 향했다.
○…김수장(金壽長) 서울지검장과 김규섭(金圭燮) 3차장, 김인호(金仁鎬) 특수2부장 등 수사 지휘부가 브리핑이 끝난 뒤 이날 저녁 7시30분부터 검사장실에서 1시간 이상 긴급 구수회의를 가져 수사결과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김차장은 이날 오후 2차 브리핑에서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데 내일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암시.
○…김수장 서울지검장은 30일 밤 11시쯤 이번 수사를 지휘중인 김규섭 3차장을 비롯, 박상길(朴相吉)특수1부장, 김인호 특수2부장, 특수1·2부검사, 김윤성(金允聖)대검공보관 등을 소집한 가운데 자정 너머까지 심야회의를 갖고 대언론 대책등을 협의했다.
참석자들은 일부 언론이 이번 수사에 대해 '해명성 수사'등의 지적을 한데 대해 대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영(崔淳永)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가 이날 자정쯤 검찰청사를 빠져나가자 서울지검 청사 곳곳에 흩어져 있던 취재 기자들이 한꺼번에 물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지검 청사에서 산소호흡기를 꼽은채 조사를 받던 강인덕(康仁德) 전 통일부 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는 31일 0시30분쯤 앰뷸런스에 실려 서울 송파구 현대중앙병원으로 이송됐다.
배씨는 당초 검찰청사 인근 강남성모병원에 옮겨질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배씨측의 요구로 중앙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청사에서 배씨를 진단한 강남성모병원 의료진은 "배씨가 지병인 폐결핵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 장시간 조사를 받느라 상태가 많이 악화돼 있다"고 전했다.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김인호 부장검사)는 30일 자정쯤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를 귀가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에 대한 48시간의 소환조사 시한이 만료돼 일단 귀가조치했다"며 "필요하다면 다시 불러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검찰 청사를 나선 이씨는 "서로 오해된 부분이 있었는 데 죄송하다"며 강인덕 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씨 등과 대질신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수장(金壽長) 서울지검장은 이날 오전 9시 출근길에 '오늘 수사발표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 "두고 봐야지…어렵지 않겠나"고 말해 발표시기를 놓고 검찰수뇌부가 고민을 거듭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날 새벽 1시까지 청사에 남아있다 자택에 들렀다 출근한 김 검사장은 초췌한 표정으로 "좀 더 기다려보자. 당장 영장이 들어간다 든지 결판이 날 상황은 아니지않느냐"며 "아직 (조사)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 검사장은 전날 밤 수사지휘부와 특수부 검사들을 소집, 새벽까지 긴급 구수회의를 가진 배경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다.
○…정치권에서 김태정(金泰政) 법무부 장관의 자진사퇴설이 나돌면서 검찰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상황이 이렇게 까지 된 마당에 어쨌든 사퇴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우려 속에 동요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또 당초 다음달초 쯤 단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검찰인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장관이)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여론몰이 식으로 몰아낼 수 있느냐"며 언론 보도와 일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퇴진설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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