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북한을 방문, 현장에서 시도한 포괄접근구상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은 일단 판정유보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페리 조정관이 들고간 한.미.일의 대북권고안에 대해 북한이 흔쾌한 수용도 냉담한 거절도 아닌 유보적 입장을 취했고, 따라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북 포괄접근구상의 이행은 당분간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도 "페리 조정관이 북한에서 메모해 온 페이퍼가 수백장에 달해 앞으로 방북결과를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며, 북한도 페리 조정관이 제시한 권고안을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페리 조정관이 북한의 구체적인 반응을 받아내기 위해 재방북할 가능성은 있으나,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기존의 채널을 통해 북한의 속내를 탐지하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페리 조정관이 방북결과를 토대로 수주 후에 자신의 대북권고안을 완성하기 전까지 적어도 북한의 반응은 유보될 공산이 크며, 포괄접근구상의 발진은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대목은 과연 페리 조정관이 한.미.일의 대리인으로 북한에대해 대북권고안 내용을 충실히 전달했느냐에 쏠린다. 이는 대북 포괄접근 구상의 명운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은 페리 조정관이 29일 서울에서 발표한 성명의 행간을 곱씹어 보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우선 페리 조정관은 성명에서 북한측 인사들과 중대성을 지닌 광범위한 문제들에 관해 얘기했고, 여기에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보.안정 문제들이 포함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는 남.북대화 재개, 북.일 수교 및 청구권 협상문제 등 한국과 일본이 대북권고안에 반영하려 했던 사안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페리 조정관이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밝힌 자신의 방북목적은 이른바 '페리미션'이 기존 북.미 양자채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품게한다.
그는 첫째 미국은 북한과 갖고 있는 기존의 연결고리와 대화채널을 계속 구축해 나가길 원했고, 북한은 이에 대해 93년 북.미 공동선언, 94년 제네바 합의, 미사일협의를 포함한 기존 협상채널, 4자회담과 기타 대화를 유지.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여러 채널로 분산돼 있는 현재의 북.미 협상방식에 만족하고 있는 반면 한.일이 끼여들 여지가 있는 새로운 형식의 포괄접근방식은 마뜩지 않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국자도 "북한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간 대화채널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시인했다.
둘째, 페리 조정관은 자신의 방북은 북한 미사일과 핵을 다뤄나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북.미관계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려 한 것이나, 이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입장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즉 페리 조정관과 북측의 대화는 주로 북.미 관계의 현상유지와 이를 바탕으로한 양국관계의 확대.심화에 초점이 맞춰졌고, 한.일 양국의 생각은 주변관심사에 머물렀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관련, "북.미관계 확대문제는 한.미.일이 포괄적 접근방안에의해 취하는 조치에 상응해 북한이 취할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런 의구심을 명쾌하게 씻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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