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해문화재단 '세기의 끝과 시작'심포지엄

마지막 가고 있는 이 20세기의 모순은 무엇일까, 그 막바지에 선 우리의 현재 상황은 어떤 것이며, 그 결과 새로 닥칠 21세기는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이고, 우리는 어느 방향을 추구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주로 철학·정신·문학·예술 등 인문학 및 예술 분야에 집중된 논의가 29일 오후 대구 금호호텔에서 있었다. 관해문화재단이 주최한 심포지엄 '세기의 끝과 시작'이 그것.

기조발표를 맡은 김열규 인제대 교수는 '세기의 갈림길에서 본 읽기의 역사'라는 제목 아래 텍스트와 그 읽기의 문제를 다뤘다. 발표에 따르면 처음엔 작가의 뜻을 읽는데 치중하는 '낭만주의적 읽기'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선 작품에 담긴 현실을 읽기의 목적물로 하는 쪽으로 대상이 바뀌었으며(리얼리즘의 시기), 그 이후엔 또다시 작품의 형식·구조가 주대상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형식주의.

그러다 마지막으로 모습을 나타낸 것은 '창조적 읽기'. 소위 수용미학 등이 그것으로, '소비자가 왕'이라는 경제 소비시장의 논리와 맞먹는다. 누가 어떻게 읽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됐다는 것.

김교수 이야기 중 여기까지는 일반화된 문학·예술 이론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문학·예술적 읽기의 문제를 정신 일반에 나타난 광범한 변화의 중요한 상징적 현상으로 보려는 의도가 있는듯 들렸다.

그러면 21세기에는 또 어떻게 변해 갈 것인가. 그러나 김교수는 이 물음을 던져 놓을 수 있는 것만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기말 예술의 미학-아르 누보의 시대'란 주제 발표를 한 영남대 민주식 교수는 19, 20세기의 전환기에 나타났던 광범한 정신·사회 현상으로서의 '새 예술' 흐름을 되짚음으로써 20, 21세기 전환점을 간접적으로 살피려 했다. 변학수 경북대 교수도 '단절과 소통-20세기 말의 한국 문화'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인가, 새로운 인간인가'라는 주제 발표를 맡아 정신분야를 다룬 한일신학대 김영민 교수는 방향 제시를 명확히 했다. 그의 논지는 "한국 사회가 새 세기를 제대로 맞기 위해서는 정신의 주체적 성숙화가 필요하고, 그런 인간상이 추구·달성돼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김교수는 이에 앞서 우리가 걸어 온 과거를 '농축 근대화' '서구 받아 적기 정신사' 등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때문에 독자적 성숙이 이뤄지지 않고, 엉성한 정신 속에서 천민 자본주의와 속물주의가 창궐했으며, 문화적 잡탕주의가 판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한국식 근대인'으로는 앞으로의 불확실성 시대를 넘어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피상에서 심층으로, 농축에서 발효로, 속도주의에서 미학으로, 물량에서 정신으로, 성장에서 성숙으로 전환시키는 '심층 근대화'가 절실하다고 보고, 그 길을 치열하게 '오래 걷기'하는 새로운 주체적 인간상이 추구돼야 한다는 것이다.다중(多衆)이 몰정치적인데다 졸부 자본주의와 무국적 상업주의, 파편적 정보주의의 폭격에 노출돼 있어, 인문적 지식인들의 적극적 개입·견제가 아쉽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朴鍾奉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