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학계 사람들-경북대병원 정태훈교수

하루 몇번을 만나도 기분좋은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20년동안 환자들과 보호자, 동료교수, 병원직원 등 주위 사람들을 상대로 금연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북대병원 내과 정태훈(丁泰勳·52)교수.

그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금연운동을 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것이 밑 바탕이 됐지만 그의 전공(호흡기 질환)이 더 큰 힘으로 작용했다. 정교수가 금연운동에 뛰어든 것은 전임강사로 경북대의대에 발을 디딘 지난 79년. 당시만 해도 폐암환자가 드물었는데도 그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금연교실 개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뒤 94년부터는 원내 병실과 외래진료실, 행정사무실, 교수연구실 등을 샅샅이 뒤져 담배는 물론 라이터·재털이 까지도 모조리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상습 흡연자로 분류되는 직원이나 교수들로부터는 주머니 속 담배 살 돈까지 압수, 그 사람 앞으로 1년짜리 정기예금을 들어 '극성'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렇듯 별난(?) 그의 금연운동은 한국금연운동협회 대구·경북지부장을 맡고난 지난 96년부터 피크를 이뤘다.

지금까지 그가 모은 담배·재털이·라이터는 모두 5~6상자나 된다. 담배는 수시로 실험용 쥐를 이용한 호흡기질환 연구에 사용했고 라이터는 버리기가 아까워 그대로 보관중이다.

지난 71년 경북대의대를 졸업하고 동산병원 인턴, 경북대병원 레지던트과정을 거치고 일본 유명의대에서 폐기능·기관지경·호흡부전 분야 연수과정을 이수한 그는 호흡기계통의 중견교수로 성장했다. 한국인의 폐기능 정상치를 정립, 각종 폐질환 검사때 활용토록 한 것이 그의 학문적 업적이다.

정교수가 경북대병원에 남긴 또 하나의 신화는 식당 음식물 쓰레기를 없앤 것. 그는 지난 96년부터 점심때면 병원내 식당에 버티고 서서 밥과 반찬을 남기는 사람을 찾아 혼내주는 일을 도맡아 했다. 그는 "남이 남긴 음식을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는 용기를 발휘한지 4년째 되자 직원은 물론이고 교수들 조차 음식을 남기지 않더라"고 말한다.

정교수는 "다음으론 쓰레기 분리수거 운동을 적극 전개, 주위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하겠다"며 생활운동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黃載盛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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