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옷 로비 의혹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있다.나흘간의 검찰조사에서 연정희(延貞姬)·이형자(李馨子)·배정숙(裵貞淑)·정리정(본명 정일순)씨 등 이 사건 등장인물들이 서로 다른 진술을 했지만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했다'는 줄거리는 윤곽이 잡혔다.
따라서 검찰이 증거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실관계는 규명된 셈이다.
이번 사건의 개요는 이씨로부터 남편구명 로비를 부탁받은 배씨가 연씨도 모르는 옷값대납을 이씨에게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정씨도 옷을 팔 목적으로 개입, 이씨에게 옷값 대납을 독촉하고 연씨 몰래 고가옷을 실어보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씨 옷 얼마나 샀나=연씨는 98년10~12월 의상실에 들렀을 때 배씨,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 부인 이은혜씨 등과 동행했다.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터라 옷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연씨 딸은 올 3월 결혼식을 가지려다 '검란'과 제대를 앞둔 군장교 출신 신랑측 사정 등으로 연기됐으며 지난 4월 약혼식이 있었고 내달 중순 대검별관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10월말 바자회에서 논현동 라스포사 매장을 처음 알게 됐다. 그 곳에서 투피스 2벌 120만원 어치를 손윗동서한테 받은 쿠폰으로 샀다. 12월12일에는 앙드레김 의상실에서 블라우스(40만원)와 투피스(80만원)를 사고 수표로 지불했다.
같은달 28일 라스포사를 다시 찾았을 때는 재킷(40만원), 스카프(10만원)만 사고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를 입어보고 그냥 나왔다.
◇연씨-배씨-이씨 안사돈의 만남=작년 11월15일 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연씨는 배씨가 데려온 이씨의 안사돈 조복희씨를 만났다.
그 후 배씨는 조씨를 '낮은 울타리'의 회원으로 추천했지만 연씨는 최순영 회장사건이 걸려 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거절했다. 이 자리에서 연씨와 배씨는 자연스럽게 최 회장 사건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배씨는 이씨에게 연씨와 나눈 대화내용을 전하게 된다. 검찰은 배씨의 역할이시작되는 시점을 이 때부터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의 대화는 액면 그대로 전달된게 아니라 증폭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사실을 오해했다면 이 대화가 출발점이다.
◇배씨-정씨-이씨 무슨 말이 오갔나=작년 12월 연씨가 라스포사 매장을 찾기전 배씨는 정씨에게 장관급 부인들이 갈 것이라는 언질을 줬다.
같은 달 28일 연씨가 라스포사를 다시 찾아 호피무늬 반코트를 입어보자 배씨와 정씨는 '잘 어울린다'고 입을 모았다. 정씨는 이 반코트를 연씨의 차트렁크에 몰래 실어 보냈다.
두 정황은 배씨가 정씨에게 옷을 팔 수 있도록 장관급 부인들을 주선한 듯한 느낌을 준다. 검찰이 배씨와 정씨의 공모 혐의를 집중 조사하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이다.
며칠 후 이씨와 다시 만난 자리에서 배씨는 앙드레 김 의상실과 페라가모에서 옷을 산 얘기를 꺼내면서 연씨와 동행했다는 얘기도 넌지시 흘렸다. (이 부분의 배씨-이씨 진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배씨는 옷값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고 하고 이씨는 들었다고 한다)
검찰은 배씨의 범죄혐의가 이 부분에서 포착된다고 보고 있다. 얘기를 꺼냈다면'대신 내달라'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씨는 이 때까지는 사돈을 위해 옷값을 내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진술했다)
두 의상실에 함께 간 배씨와 연씨, 다른 장관급 부인들이 2천400만원 어치의 옷을 실제로 구입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해 연말 배씨는 이씨와 이씨의 여동생을 다시 만났고 두번째로 옷 구입 얘기를 전했다.
이튿날 라스포사 사장 정씨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연씨가 옷을 구입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고 다시 이씨 여동생에게도 전화로 연씨에게 옷을 실어 보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를 정씨가 옷값대납을 독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씨는 이 때부터는 옷값을 내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진술했고 정씨는 전화를 건 사실만 인정했다)
◇반코트는 언제 입고 언제 돌려줬나=정씨는 연씨가 라스포사를 찾은 12월28일 승용차 뒤 트렁크에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를 실어줬다.
연씨는 이 사실을 몰랐으며 파출부가 트렁크에서 코트를 빼내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연씨는 사흘 뒤 코트를 발견하고 라스포사에 전화를 걸어 옷을 돌려주겠다고 말했으나 신정연휴가 끼여 있어 반환하지 못했다.
올 1월4일 연씨는 이은혜씨와 함께 포천 기도원에 다녀오는 길에 코트를 돌려주기 위해 옷을 왼팔에 걸치고 승용차까지 걸어갔다.
그러나 연씨는 새벽 2시에 돌아오는 바람에 옷을 돌려주지 못했고 다음날인 1월5일 기사편으로 라스포사에 되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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