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을 국빈 방문중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귀국 하루전인 31일 오후 숙소인 칭기즈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가옷 로비'사건 등 기자들의 질문에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 일문일답 요지.
-'고급옷 로비' 사건에 대해 김중권(金重權) 청와대비서실장으로부터 계속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내용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나.
▲객지에서 국내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게 원칙이나 워낙 심각하므로 간단히 말하면, 나는 출국할 때부터 오늘 아침까지도 '유리창을 들여다 보듯 투명히 하라','누가 문제가 있고 누가 없고 상관하지 않으니 국민 앞에 밝혀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솔직히 내 나이로는 과중한 스케줄을 갖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국가를 위해 성과를 올리는데 국내 신문에서 한켠으로 밀려나는 것을 보고 때로는 실망도 하고, 때로는 국민을 실망시켜 죄송스럽기도 해 착잡하다.
나는 이번 사건을 국민의 정부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어떤 정권이든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철없는 사람 때문에 문제에 봉착하거나 또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데, 적당히 감추지 않고 사실대로 밝혀 처리하는 게 옳다.
-김태정(金泰政) 법무장관 퇴진여론에 대한 보도에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조사가 끝나고 그 진상이 밝혀지면 그것을 보고 장관의 거취를 판단할 것이다.-가령 국민여론이 퇴진을 요구해도 조사 결과 김 장관 부인의 혐의가 밝혀지지 않으면 김 장관을 퇴진시키지 않을 수도 있나.
▲지금 아무 것도 정한 바 없다. 국내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도 받아봤는데 거기에도 차이가 있다. 선입견을 줄 말을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
대통령 입장에선 조사를 시켰으면 조사결과를 보고 문제를 처리해야지,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말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이번 사건 처리과정에서 경찰청 조사과가 한번 조사한 것으로 발표됐는데 일명 사직동팀이라는 조사과의 존폐 논란이 있었다. 존폐에 대한 입장은.
▲논란이 있었던 것은 모른다. 내가 알기로는 없었다. 사직동팀은 전 정권 때부터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 발생 전부터 김 장관의 임명을 놓고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기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여론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 장관이 검찰총장 때) 검찰에서 일부 말썽이 있었으나 검찰이 나중에 만장일치로 총장을 지지하지 않았나.
모든 장관의 임명에서 나 나름대로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하고,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했다.
-러시아 방문으로 한반도 주변 4강외교를 마무리했는데 얻은 결론은.
▲건국 이래 4강이 이렇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지한 일은 없다. 반대하거나 냉담하거나 무관심한 적이 많았다. 경우에 따라선 우방과 조금 마찰도 있었다.
국민의 정부 출범 1년반도 못되는 사이에 4강이 완전히 지지하게 만들고 미.일이 협조해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을 한.미.일 3국의 대표로 북한에 보내 (포괄협상안을) 제안하게 했는데, 그 기조가 우리 주장과 일치한다.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명실상부하게 주인으로 결정하게 됐다.
-북한이 페리 조정관의 권고안을 수용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페리 조정관의 북한 방문을 볼 때 첫째 3국 수반의 의사와 공통된 합의점을 충실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처음으로 3국의 합의된 의견이 무엇인지 완전히 알게 됐다.
둘째 페리 조정관이 기대 이상의 환대를 받았고, 북한도 털어놓고 얘기함으로써 진지하고 건설적인 얘기가 이뤄졌다. 이것도 과거에는 없던 일이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들을 봐선 앞으로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말할 수는 없지만 잘 하면 남북관계에 좋은 진전이 있을 조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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