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곡중 '택수 도우미들'

"선생님께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노력하면 된다고 해 택수 수술비를 어떻게든 모아보려고 합니다"

온몸의 근육이 말라들어가는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시한부생명을 살고 있는 김택수(13.대구 대곡중 2년)군(매일신문 2월26일자 25면 보도)의 생명을 구해내자는 손길이 친구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달서구지역에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택수가 다니는 대곡중학교 학생들은 보도가 나간 뒤 자발적으로 치료비 모으기에 나서 무려 1천216만여원을 모금, 택수 부모님께 전달했다. 학생들은 또 지난 달엔 수업을 마친 뒤 직접 만든 '호소문'을 돌리며 가두모금운동을 실시, 135만원을 모았다.

이에 뒤질세라 교직원들과 학부모들도 팔을 걷고 나서 교내에서만 모두 1천700여만원이 모금됐다. 이같은 소식은 대곡중학교가 있는 달서구지역에 알려졌고 황대현구청장을 비롯, 아파트단지 부녀회원들의 성금이 이어져 지난달 말까지 모두 2천136만여원으로 불어났다.

모금운동이 호응을 얻게 된 것은 택수가 속한 2학년5반 '택수 도우미들'의 노력이 컸다. 택수의 담임선생님 이성희(42.여)교사는 휠체어에 의지해야하는 택수의 딱한 처지를 생각하고 반 학생 6명을 '택수 도우미'로 지정, 택수가 움직일때마다 돕게 만들었다. 도우미들의 정성은 무관심하기만 했던 다른 친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모금운동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택수에게 밥 많이 먹으라고 하면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먹으려 들지 않습니다. 몸이 무거워지면 1층에서 2층으로 휠체어를 옮겨다주는 친구들이 힘들어할까봐 걱정하는 거죠"

초등학교때부터 4년째 택수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는 도우미 이필귀(13)군은 유리처럼 맑은 마음씨를 가진 택수에게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 내려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택수의 수술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2억원. 희귀 질환인 근이영양증은 국내에선 치료가 어려우나 미국에선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 1차로 모금된 2천여만원으로 택수는 다음달 5일 미국으로 출국,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2억원이 모일 때까지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택수 도우미들을 비롯, 대곡중학교 학생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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