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북지역의 모대학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으로 등산을 갔다. 이날 등산에서 6명의 여학생들이 쓰러졌다.
나중에 알아보니 전날 저녁을 안먹고, 아침도 굶고 점심만 산에서 먹으려고 작정하고 온 여학생들이 기진하여 정신을 잃었던 것.
얼마전 대학축제에서 헌혈축제를 가진 모 전문대학의 경우 전체 헌혈 여학생의 20~30%가 헌혈 부적격자로 나타났다. 대구적십자혈액원에서는 "여성 헌혈자의 경우 몸의 컨디션에 따라 헌혈 부적격자가 이 정도는 나온다"고 밝혔으나 이 대학의 모교수는 '말라깽이 신화'에 젖은 여학생들이 너무 먹지 않아서 헌혈 부적격자가 더 많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얼마전 경북대병원 신경과에는 굶어서 빼빼마른 여학생이 거식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고, 신경과 외래에서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각 가정에서도 음식물을 먹이려는 어머니와 충분히 말랐는데도 몸매를 염려하여 먹지 않으려는 청소년 딸 사이에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월성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송유미씨는 "청소년들 사이에 자신이 과다체중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체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하며 심지어는 지나친 다이어트로 소중한 생명까지 잃은 사례가 국내에서도 보고된 적이 있다고 전한다.
경북대병원 김철진교수는 80년대 이후 90년대 들어 몸매를 의식, 거식증·폭식증을 일으키는 섭식장애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늘면서 여성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들려준다.
거식증의 경우 자신이 마른 것에 대해 인식을 못하고 이 장애가 진행되는 동안 발생하는 무월경, 영양실조, 만성적 피로와 같은 이차적 증상이나 문제들을 초래한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말라깽이 신드롬이 자녀출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폭식증 여성의 경우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그 이후 설사약을 먹거나 손가락을 넣어 억지로 음식물을 토해낸다"는 김교수는 "폭식뒤 음식물 섭취를 않기 위해 설사약을 많이 먹으면 전해질 이상과 수분조절이상이 초래되며, 몸이 붓기도 한다"고 말한다.
계명대 여성학대학원 장승옥교수는 "우리사회가 날씬한 여성을 성공한 사람으로 여기는 풍조를 지니고 있는데다가 매스미디어가 미의 기준을 '빼빼 여성'에 맞추고 있는 사회 문화적인 현상이 말라깽이 신드롬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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