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남북고위급 회담의 기대

한동안 중단됐던 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이라 한다. 김대중대통령이 러시아와 몽골 순방을 마치고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남북 관계의 진전을 가리키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 말한데 이어 정부 당국자도 "그동안 베이징에서 북한측과 물밑 접촉을 가진 결과 고위급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보도는 21일 베이징에서 남북 차관급 회담이 열린다고 못박아 전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볼때 지난해 4월 '상호주의'를 둘러싼 남북간의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한채 결렬됐던 남북 차관급 회담이 1년2개월만에 재개된데 이어 금년 후반기에는 장관급이나 총리급 회담이 열린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정부가 이처럼 남북고위급 회담이 성사될 것이라 자신감을 갖는 배경에는 대한적십자 등을 통해 식량과 비료, 의약품들을 지원한 햇볕정책이 성과를 거둔 때문이라 보고 있는 듯 하다.

더구나 김대중대통령이 지난해 미국과 일본을 순방한데 이어 올해는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 한반도를 둘러싼 4강외교를 마무리 한 것이 북한측을 남북고위회담에 나서게 한 주요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측에 햇볕정책을 받아들일 것을 설득한데다 며칠전 페리특사마저 햇볕정책이 북한체제를 와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 것 등이 모두 주효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이러한 주장에 일면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그처럼 폐쇄적이던 북한측이 갑작스레 햇볕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난 2월 남북고위정치회담을 제의하면서 내세웠던 전제조건들, 이른바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 같은 꼬투리를 내세워 상투적인 선전으로 판을 깰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런만큼 우리들만 햇볕정책의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김칫국부터 마시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남북간의 대화는 북한의 태도에 신중히 대응하는 지혜와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투명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대통령이 『과거 정권때처럼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매달려서 북에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은 의미있는 발언이란 믿음이 간다. 이제 남북대화는 정치인의 「인기관리」차원을 넘어설 때가 됐다고 본다. 그보다는 대화를 통해 얼어붙은 남과 북의 물꼬를 틔우고 빗장을 닫아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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