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4자회동 이모저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일 러시아 몽골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청와대 관저에서 가진 여권 수뇌부 회동은 '옷 로비' 의혹사건의 조기 수습책을 논의하기보다는 수뇌부간의 상황인식 공유에 초점이 맞춰졌다는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2시간동안 계속된 회동에서는 김 대통령의 순방 결과 설명이 절반 이상의 시간을 차지했으며, 이후 김중권(金重權) 실장이 약 20분간 '옷 로비' 의혹 사건의 전말과 검찰 수사상황을 보고했다는게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 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 총재의 설명이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대변인도 회동후 "오늘 회동은 김 대통령의 외국방문중 국내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에 대한 보고를 받기 위해 열렸으며, 무슨 대책을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면서 "김 대통령은 외국방문중 김중권 실장으로부터 전화를 통해 간헐적으로 대강의 보고만 받았기때문에 오늘 상세한 전모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았으나 회동 후반 김 실장이 수사상황을 보고할 당시는 분위기가 약간 긴장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총재는 이날 회동직후 북아현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외국 순방중 팩스를 통해 신문을 받아보았는데, 아줌마들 얼굴만 온통 나와 서운했던 것 같았다"며 국내 언론이 정상외교보다 '옷 로비' 의혹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데 대한 김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검찰이 김태정(金泰政) 법무장관 부인 연정희씨에 대한 수사진행 과정에서 연씨의 연행사실을 감추기 위해 '연기'를 한 사실을 보고 받고는 "왜 그런 짓들을 하느냐. 그러니까 의심을 받지"라며 역정을 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날 김 실장이 김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은 김 장관의 부인이 법적인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잠정적인 수사결과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행은 회동후 기자들에게 "수사내용을 보고받아보니 법무장관과 부인이 책임질 내용이 없었다"고 말한뒤 '잘못이 없다면 퇴진 안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 이날 회동에서 여권 수뇌부가 김 장관의 유임쪽으로 공감대를 이뤘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박 총재도 김 법무의 사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수사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런 얘기는 하지 말라"며 "수사결과가 나오면 통치권자가 도덕적 책임이나 인사한지 얼마 안되는 점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그는 또 김 법무 부인의 법률적 책임에 대해서도 "먹은(받은) 게 있어야지"라며 위법사실이 없음을 강조했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 대변인도 개인적인 해석임을 전제로 "대통령께서 공항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마녀사냥식 공세나 근거없는 인신공격에 의해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박 총재는 그러나 "나도 작은 회사하나 경영해 봤는데, 징계위 회부나, 법적으로 저촉이 되는 것은 엄하게 했지만 아무리 해봐도 (처벌할 만한 일이) 없을 경우, 도의적 책임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대단히 어려웠다"고 말해 김 대통령이 김 법무 처리 문제를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날 회동에서 김 대행과 박 총재 등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6·3 재선거가 여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여론의 동향을 간접적으로 보고했고, 김 대통령은 "아마 고생 많이 했을 것"이라며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대행은 당내에서 제기된 여러가지 의견을 가감없이 보고했으며 이 가운데는 김 법무의 사퇴 문제도 포함돼 있었다고 정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이날 4자회동이 끝난 후 김 대통령과 김 대행은 20여분간 독대를 했으나 김 대행은 대화내용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다.

그는 '옷 로비'사건을 둘러싼 여권내 신·구주류간 갈등설에 대해서도 얘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갈등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으나 김 대통령에게 '불화설' 등과 관련한 당내 상황 및 '옷 로비' 의혹에 대한 당내 여론을 보고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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