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가 옷 로비 검찰 수사발표 의미와 문제점

'고가 옷 로비'의혹 사건 수사가 닷새만에 핵심관련자 2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2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번 사건의 실체를 전 통일부장관 부인인 배정숙(裵貞淑)씨가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신동아 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와 당시 김태정 (金泰政)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사이에 끼어들어 구명을 빌미로 부정한 이득을 취하려다 이씨로부터 거절당한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따라서 이 사건 수사착수의 계기가 됐던 명예훼손 고소 사건의 고소인인 연씨는 이씨가 당초 폭로한 '옷값대납' 요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피고소인인 이씨는 배씨의 농간에 속아 연씨가 옷값대납을 요구한 것으로 잘못 알고 이를 폭로, 연씨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판명됐다.

또한 의혹의 핵심인 '옷 로비'는 없었으며 결국 중간 매개자들에 의해 증폭되고 과장된 '사실 오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는 검찰이 단기간의 '초고속'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음에도 그간 쌓였던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미완의 수사'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또 검찰이 현직 법무장관의 부인을 조사하는데 따른 '원초적 한계' 때문에 의혹의 한켠을 놔두고 '해명성 수사'에 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서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사도중 법무장관 부인에 대한 과잉보호 논란이 일면서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된 측면이 있다는 점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사건은 사정의 총수인 검찰총장 부인을 상대로 한 재벌회장 부인의 옷로비 의혹으로 세간의 큰 관심을 모은데 이어 현직 법무장관 부인이 재벌회장 부인을 형사고소하는 사상 초유의 사례를 남겼다.

검찰은 사직동팀의 내사 결과가 일부 흘러나오면서 의혹이 부풀려져 사실상 전면적인 재조사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옷로비 의혹 관련자에 대해 아무런 혐의를 찾지 못했던 사직동팀과는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옷로비 의혹 사건은 검찰 수사로 일단락됐지만 공직사회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대적인 공직자 사정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한 지속적인 사정작업이 중단할 수 없는 명제임을 재삼 확인해준 계기가 됐다"며 "엄정한 사정수사를 통해 공직사회의 혼탁성을 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직자 기강쇄신과 도덕성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제시되는 것과 함께 그간 '묻어뒀던' 비리 인물에 대한 소환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검찰주변에서는 현직 지사, 전·현직 언론인, 여권 정치인등 4, 5명이 곧 소환될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공직자들의 이른바 '안방단속'을 강화하는 조치들도 나올 전망이다.

국민들이 공직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에 까지 상당한 수준의 청렴을 요구하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그동안 별다른 의식없이 사치관행에 젖어 있던 일부 공직자나 그 가족들에게 일대 경종을 울린 것은 큰 교훈이 됐다.

법조비리와 '검란'으로 흔들릴대로 흔들린 검찰은 이번 사건의 파장을 하루 빨리 극복하기 위해 금주중 대폭의 물갈이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는 한편 사정작업 가속화로 조직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방침이어서 거센 사정한파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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