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가옷 로비설 파장-검찰수사 발표

검찰의 '고가옷'로비 의혹사건 수사결과는 '배정숙(裵貞淑)씨의 로비 동기'와 '옷값 2천400만원의 실체'등 몇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여전히 남기고 있다.

◇배씨의 로비 시도과정= 수사발표문은 배씨가 최순영(崔淳永)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의 안사돈인 조복희(趙福姬)씨와 절친한 사이로 최회장 사건과 관련해 조씨를 걱정해주다가 이씨의 부탁으로 로비를 시도하게 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배씨는 지난해 11월 중순 조씨를 만나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해 최회장 사돈집안도 수사받을 것에 대비하라는 암시를 줬다.

그렇다면 배씨는 어떻게 최회장 사돈집까지 관련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배씨가 과연 무슨 근거로 이씨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됐는지 설명이 없다.

전체적인 정황은 배씨가 이씨에게 사돈집 얘기를 했으며 이자리에서 이씨로 부터 "사돈네외에 우리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연정희(延貞姬)씨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구도다.

그러나 '이씨 사돈집의 관련성'이라는 근거없는 낭설만 믿고 배씨와 이씨가 로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옷값 2천400만원의 실체= 이씨는 배씨가 앙드레 김 등 의상실을 거명하며 옷값 2천400만원을 준비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관련자들은 실제로 2천400만원의 옷을 구입한 것일까.

네차례 의상실에 들렀던 이들이 구입한 옷값을 모두 합쳐도 505만원에 불과하고 곧바로 돌려준 니트코트까지 치더라도 755만원 밖에 안된다. 그중 투피스 1벌(70만원)은 반품했다.

그렇다면 배씨는 이씨에게 옷값이 왜 2천400만원이라고 했을까.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인지 아니면 배씨가 라스포사에 이 정도의 외상값을 지고 있었는지, 그저 상상으로 생각한 수치인지 의도가 불분명하다.

◇로비 중단 시점= 발표문은 배씨가 지난해 12월18일 옷값대납 문제로 이씨와 다툰 후 로비시도가 무산된 것으로 돼있다.

그런데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는 12월21일 이씨의 여동생에게 전화로'언니를 설득해보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나 이 부분은 정씨의 부인으로 발표문에서 빠졌다.

◇호피무늬 반코트는 로비와 무관한가= 검찰은 정씨가 12월26일 라스포사 매장에서 연씨에게 몰래 실어보낸 호피무늬 반코트는 그전에 로비시도가 무산됐기 때문에 로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날 매장에서의 배씨 행동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배씨가 연씨와 코트를 번갈아 입어보고는 '잘 어울린다'며 연씨에게 살 것을 권유한 듯한 정황이다. 정씨도 '싸게 해줄테니 가져가라'고 했다.

배씨와 정씨가 연씨에게 적극적으로 옷구입을 권유할 이유가 없다.

◇정씨는 왜 입건되지 않았나= 검찰은 정씨에 대해 사기미수죄와 변호사법 위반죄 적용을 검토했으나 범의(犯意)를 인정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씨가 배씨로부터 '고급손님을 모시고 올테니 고급물건을 준비해두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등의 몇가지 결정적 진술을 한 점에 비춰 배씨와 정씨간에 있었던 모종의 관계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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