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야생고양이 사냥

영양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벌이고 있는 야생고양이 구제사업(본지 5월24일자 27면 보도)에 동물보호단체가 강력하게 반발, 사업을 강행한 군 관계자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야생고양이 본격 사냥에 나선 영양군은 이날 하루만 엽총으로 60여 마리를 죽이고 30여 마리를 덫으로 포획했다. 생포한 고양이는 국제 동물 안락사 기준을 적용, 황산마그네슘을 혈관에 주사해 죽이고 매립지가 확보되는 대로 묻을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제방식에 대해 한국동물보호협회 등 애호단체 회원들은 야만적이고 잔혹한 학대행위로 규정하고 「학살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2일 주무부서인 영양군청 농림과에 잇따른 항의 전화를 걸었으며, 일부 회원들은 카메라와 비디오를 가지고 영양 지역을 방문, 사냥현장을 뒤따라 다니며 일일이 감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물 사랑도 좋지만 8천여 마리가 나다니며 해치는 농작물의 양과 피해 농민들의 심정을 그들은 모르지 않느냐』고 한 직원이 말하고 있듯이 영양군은 입장이 전혀 다르다.

천적이 드문 야생고양이가 다람쥐.토끼.꿩 등을 잡아먹는 바람에 영양에는 몇년 전부터 야생조수의 씨가 말라가고 있으며, 이번 사업도 적정 밀도 유지를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의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동물보호협회 회원 임규호(34.수의사)씨는 『우선 이러한 방법은 단기적일 뿐 야생고양이의 적정밀도를 줄여 야생조수를 보호하지는 못한다』는 주장이다. 단기적으로 그 수를 줄여도 살아남은 고양이의 식량을 늘리는 결과가 돼 1년에 한두 차례 번식하던 고양이가 3, 4차례로 번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유해조수로 지정된 야생고양이가 다람쥐나 토끼를 잡아먹는다는 상식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이들은 동물 호보 차원에서 엽총보다 덫으로 잡을 것을 권유하고 1, 2㎝ 배를 가르는 간단한 불임수술 후 다시 방사해 번식률을 낮추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같이 빗발치는 반대 여론에도 영양군은 이달 말까지 사업을 강행하는 한편 동물보호 차원의 구제사업은 관련 법안을 검토해 시행할 움직임이다. 맹목적인 동물 사랑도 좋지만 산간 지역의 농작물피해와 생태계 파괴 예방에 우선하는 이 사업을 지켜보는 마음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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