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중남미국가의 경제종속

우리 경제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선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고 하지만 과연 우리가 IMF를 완전히 졸업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지금까지 제3세계 국가들의 발전과정을 설명해온 근대화이론의 유용성을 비판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반면에 그동안 남미국가들의 대미 종속상황을 분석하는데 상당한 설득력을 가졌던 종속이론이 한국 등 아시아권 신흥개발국가들의 경제상황을 분석, 예측하는 틀로서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다시 말해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 산업화를 하면 할수록 생산성 향상, 국민소득 증가 등으로 선진 산업국가가 될 수 있다는 근대화이론은 산업화에 성공한 캐나다.한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전략을 설명하는 중심이론이 돼왔다.

그러나 이들 제3세계 국가들이 IMF 관리체제에 놓이게 되는 등 경제위기에 처하자, 그동안 외국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 산업화 할수록 후진국 경제는 선진국 경제에 종속될 것이라는 종속이론이 새로이 논리적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와 같은 근대화 전략을 추구해 오던 브라질.멕시코 등이 IMF 관리체제를 마감하기 위해 IMF의 지시를 성실히 이행하여 모범생으로 졸업했지만, 또다시 경제위기로 IMF 재수생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 설득력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IMF의 지시대로 외국기업의 무제한적 국내진출 허용, 외환의 완전자유화 정책을 이행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낙관해도 되는 것인가?

외환위기 해소 등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실업문제가 심각하고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가가 춤추고, 중산층의 두께가 두꺼워지기는 커녕 갈수록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실 앞에서 이러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와 같이 IMF의 지시대로 고금리 긴축정책과 전면적 시장개방을 했고,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해온 멕시코.브라질 경제가 일시적 회복기미를 보였지만, 국내 산업기반이 여전히 부실하고 국제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으면 언제든지 또다시 외환위기에 처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미국은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할 정도로 8년 이상의 호황을 누리고 있어 선진국 경제는 후진국 경제를 착취, 번영하게 된다는 종속이론가들의 논리를 실감나게 해주고 있다.

이들은 현 세계자본주의 금융질서하에서 후진국들은 선진국으로부터 빌린 돈의 이자부담으로 채무노역을 하는 국가에 불과하며, 이 결과 후진국의 경제적 자주성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난 한해동안 외국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벌어간 이익이 우리의 수출 순이익보다 더 많은 현실에서 이들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부분이 있다.

브라질.멕시코처럼 외환자유화로 인해 외국인이 국가 주요 기간산업까지 매입할 수 있고, 대외부채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외국의 투기자금으로 주가가 곤두박질 칠 수 있는 이러한 상황들이 어쩌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과정과 너무 비슷하다고 볼 때 남미경제의 대미종속이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 우리경제가 IMF 관리체제에 잘 적응하고 있을지라도 우리보다 먼저 이 체제를 성공적으로 졸업한 남미국가들이 왜 또다시 IMF 문턱을 기웃거리고 있는지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하여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의 세계경제 체제가 과연 선진국과 후진국이 상생(相生)할 수 있는 체제인지를 재검토하여 IMF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냉철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일을 소홀히 한다면 현정부의 경제정책도 언젠가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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