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논술, 파이팅!-논술 대결 문제

'인간은 누구나 존엄한 존재이므로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려보면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제시문 (가)를 참고하여 (나)에서 네플류도프가 의식하고 있는 문제를 분석해 내고, 그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제시해 보시오.

(가)사회 윤리와 개인 윤리의 구별은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개인 윤리의 연장(延長)이 곧 사회 윤리라는 사고 방식은 잘못이다. 사회 윤리와 개인 윤리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사회 문제는 개인 문제와는 달리 그 원인이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문제의 해결은 개인의 양심에 의존하기보다도 사회적 원인의 극복 내지 제거에 의해 가능하다고 사회 윤리는 본다.

개인이 선해지면 사회도 자동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단순하고 안이한 윤리관은 문제의 해결에서 멀어질 수 있다. 사회 제도나 구조, 정책이 합리화되거나 개선되지 않고서는 개인도 양심적으로 될 수 없다고 본다.

예로서 의료 문제를 들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빈곤으로 병이 나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고 지금도 적지 않게 있다.

이같은 의료 문제의 해결이 몇몇의 인도주의적인 의사들이 환자를 무료로 혹은 염가로 치료해 줌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하여 그런 방법으로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 개인 윤리적 접근이다.

의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이러한 개인 윤리적 접근에 의해서는 불가능하며 의료 보험 제도와 같은 정책적 차원에서의 노력에 의해서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최종고, '법과 윤리' 중에서〉

(나)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사람이 살해되었는데도 누가 죽였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죽은 것은 사실이다. 다른 죄수들과 함께 그를 끌어낸 것은 마슬렌니꼬프의 명령에 의한 것이다.

마슬렌니꼬프는 필시 관례대로 명령을 내려, 인쇄된 표제가 붙은 서류에 저 바보 같은 서명을 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물론 자신에게 죄가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또, 죄수들을 진찰한 감옥의 의사도 자신에게 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기의 직책을 정확하게 수행해서 병약한 자들을 골라냈을 뿐이지, 이 무서운 더위와 이렇게 오랜 시간에 그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데려가리라고는 도저히 짐작도 못 했을 것이다.

그럼 전옥은? 전옥은 다만 이러이러한 날에 이 정도 인원의 남녀 징역수와 유형수를 송치하라는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다.

호송 지휘관도 여느 때와 같은 방법으로 지시에 따라 죄수단을 인솔했으므로 네플류도프가 목격한 두 죄수와 같은 튼튼한 죄수가 견뎌 내지 못하고 죽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 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에게도 죄가 없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으니, 이 죽음에 대해서 책임이 없는 그 사람들에 의해서 살해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슬렌니꼬프나 전옥이나, 호송 장교라는 자들이 현지사나 전옥이나 호송 장교가 아니었던들, 그들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무더운 날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한덩어리로 내보낼 수가 있을까 하고 스무 번은 더 생각했을 것이고, 또 도중에서도 스무 번은 더 휴식을 해서, 쇠약하다든지 숨을 헐떡이는 사람을 보면, 대열에서 빼내어 나무 그늘로 데려가서 물을 먹이고 휴식을 시켰을 것이 틀림없다.

-중략- 이들의 대부분은 선량하고 온화한 사람들이지만, 단지 공직에 매여 있다 보니, 그런 나쁜 짓을 하게 되는 것이다.

〈톨스토이, '부활(復活)'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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