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의 생태도시

도시주거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개념이지만 독일, 영국, 일본, 브라질 등에서는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간 '생태도시'는 시민이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삶의 쾌적성을 누릴 수 있는 21세기형 도시.

도시 및 도시주변의 택지와 각종 기반시설 개발로 녹지가 날로 줄어들고 있는데다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 등 전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생태도시는 '삶의 방식 변화'를 포함하는 새로운 대안도시 개념을 제공하고 있다.'종이 50㎏이 나무 한 그루와 같다'

획기적인 도시환경 정책 덕분에 '희망의 도시'로 불리기도 하는 브라질 쿠리티바시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표어다. 쿠리티바시는 지난 89년 증대하는 쓰레기 문제에 직면, 이른바 '쓰레기 아닌 쓰레기' 프로그램에 착수하게 된다.

시민 캠페인을 통한 유기 및 무기쓰레기의 철저한 분리 수거, 주민 15%가 사는 '파벨라'라는 무허가 정착지를 본거지로 환경정책과 소득정책을 병행한 '쓰레기 사들이기 사업', 쓰레기 및 재활용품에 대한 거래망 정비 등이 핵심적 내용.

이런 과정에서 쿠리티바시는 도시 가구 중 70%를 이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데 성공, 생활쓰레기 배출량의 2/3인 하루 100t 이상을 재활용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이 도시가 정작 유명해진 계기는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대중교통체계다. 쿠리티바시 당국은 '자가용 보다는 대중교통, 동력차 보다 자전거를 우선시한다'는 정책기조하에 동심원을 그리는 버스노선들을 도시 중심에서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다섯개의 방사형 도로와 연결하는 거미줄형 도로체계에 연장 100㎞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결합, 유기적인 대중교통체계를 완성했다.

또 원통형 플라스틱 상자를 버스정거장으로 설치, 이곳에 들어가며 요금을 내고 나오면서 300명 정원인 대형버스에 타게하는 승하차 체계를 만들어 승객의 오르내림을 신속하게 하고 버스 엔진의 공회전을 줄여 대기오염을 방지했다.

결과적으로 쿠리티바시는 지하철 건설비용의 1/80 규모로 하루 180만명의 승객을 1분 배차간격으로 수송, 브라질 내 비슷한 규모의 도시 보다 연료소비와 배기량을 25%나 줄인 '푸르고 깨끗하며 교통혼잡이 없는 신속한 도시'로 불리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는 70년대 부터 환경친화적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 왔다. 승용차통행 금지구역 확대, 속도제한, 주차요금 인상 등으로 승용차 사용 비용을 높이면서 전차·기차·버스 등 대중교통망을 통합하고 가격을 대폭 내려온 것.

'자전거 천국'으로 불리는 프라이부르크시에서는 자전거가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부상, 이용률이 30%에 이르고 있으며 올해 중 대규모 자전거 주차장이 도심에 완공된다. 또 종이컵 등 1회용 상품에 대한 규제강화로 쓰레기 재활용률을 높이고 저에너지형 건축을 지원하는 시당국의 정책으로 오는 2010년까지 온실가스 방출량이 지난 92년 보다 25%까지 줄게 될 전망이다.

영국 밀터케인즈시는 연장 160㎞인 자전거 및 보행 전용도로를 핵심으로 생태도시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 구석구석까지 통행이 가능한 이 전용도로는 시민들이 소음에 시달리지 않도록 자동차 도로와의 사이에 숲과 녹지로 된 완충지대를 설치하고 있다.

매년 130만 그루의 식수로 그랜드유니언 운하를 따라 조성된 녹색지대와 2개의 강, 13개의 호수를 보유하고 있는 이 도시는 시의 일방적인 녹지개발을 우려, 시민들이 트러스트를 만들어 녹지공간을 관리할 정도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도 지난 93년 환경공생도시(생태도시)를 건설하기로 하고 고베, 기타큐슈 등 18개 도시를 기본모델로 지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항구도시인 고베는 하폐수 전화시설의 강화 및 도시녹지 보존과 함께 동식물 서식이 가능한 수변공간을 조성, 자연과의 친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기타큐슈시도 '도시민과 자연과의 공생작업'이란 주제 하에 생태도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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