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제를 지내고 금강산을 관광하는 것도 좋지만 우선 북쪽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으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통일부가 오는 21일 남북당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으로 협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4일 대구.경북지역 실향민들은 이북도민회 사무실에 모여들거나 전화를 걸어 회담의 구체적 내용과 앞으로의 향방을 문의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황해도민회 대구지구 총무 김상우(48)씨는 "이번 회담에서 생사확인, 면회.상봉 등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며 "조만간 지역 도민회 연합회 차원에서 모임을 갖고 이번 회담의 취지와 내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정부가 실향민들을 대상으로 '제3국에서의 북한주민 접촉' 신청을 받았으나 대구.경북의 경우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 혹시 북녘 가족들의 신상에 나쁜 영향이라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이었다는게 실향민들의 설명. 그러나 남북한 차관급 회담을 통해 공식적으로 생사확인이나 상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같은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의 실향민 1세대는 1만4천여명이나 실향민 3세대까지 포함하면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의 실향민들은 해마다 10월이면 700~800명씩 영덕 삼사해상공원을 찾아가 망향탑을 부여잡고 망향제를 지내고 있으며 올해 이후에는 망향제 대신 고향 땅을 직접 밟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신명도(65) 이북도민 경북연합회장은 "평남 순안에 삼촌과 누나가 살고 있을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녘 땅을 밟아보고도 싶지만 우선 이들을 생전에 한번 만나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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