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총선이 전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재통치자 수하르토가 물러난 뒤 44년만에 이뤄진 실질적인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종, 지역, 정당 간 갈등양상이 심화되면서 총선이 제대로 치러질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국을 대표해 인도네시아 총선 국제 공동참관인단으로 현지에 파견된 배종진(33.미군기지땅 되찾기 대구시민모임 사무국장)씨로부터 선거 전후 상황을 들어본다.〈편집자주〉
인도네시아 총선을 감시하기 위해 한국, 미국, 캐나다, 일본, 필리핀 등 17개국에서 국제감시단을 파견했다. 우리나라서도 학계, 비정부기구 등의 지역 및 선거전문가 5명이 이곳으로 왔다. 현재 한국 참관인단이 머무는 곳은 인구 500만정도의 인도네시아 제2도시 수라바야로 외국계 아시아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역은 지난 4일을 끝으로 18일동안의 선거캠페인이 끝났다. 이곳 선거분위기는 예상과 달리 폭력사태가 적은 듯했다. 오히려 축제를 연상시킬 정도로 들떠있는 분위기다.
각당 지지자들이 버스, 승용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타고 정당 깃발을 흔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중에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초상화에 조화를 꽂으면서 지지 정당을 외치기도 했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합동유세나 연설회와 같은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 현지인들은 인터뷰에서 자발적으로 사비를 털어 선거운동을 한다고 밝히지만 대다수 운동원들은 하루 1만6천루피아(2천400원)를 받고 동원된 사람들이다.선거에 참여하는 연령층도 다양해 미취학 아동에서 80대 노인까지 지지 정당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이번 총선에 참가하는 정당이 무려 48개에 이르고 일부 지역은 선거 보이콧을 하고 있는 상태에 기인한 것이다. 실제 한 사람이 여러 정당의 캠페인에 동시 참여하는 해프닝이 벌이지기도 한다.
자카르타, 수라바야와 같이 인도네시아 전역이 조용한 것은 아니다. 동티모르나 아쩨와 같은 인종분리주의자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총선이 제대로 치러질 지 불투명하다. 현지 언론은 이들 지역에서 상당수 유권자들이 등록을 거부했고 이번 총선과 별도로 분리독립을 위한 자체 선거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한다. 특히 아쩨 지역은 유혈사태가 벌어져 군병력이 파견됐고 지난 4일에는 정부가 군병력을 증파한다고 발표했다. 암본, 서룰라와, 족자카르타 등지에서도 정당간 마찰이 빚어져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유엔개발위원회(UNDP) 크러스토퍼 보우토니어 안전담당관은 많은 외국인들이 총선 직전 이곳을 떠났고 상당수가 외부 출입을 삼가고 있다며 국제참관인단의 안전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수하르토 체제 하의 총선보다 사태의 심각성이 적다는 의견이 많지만 투개표 과정에 예상되는 부정시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집권 여당이 참패할 경우 선거를 무효화시키고 다시 군부가 정치 전면에 나설 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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