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구(秦炯九)전 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의 파문끝에 김태정(金泰政) 법무부장관이 전격경질됐다.
노동계에 엄청난 충격을 준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일 검찰고위직 인사에서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한 진형구(秦炯九) 대검 공안부장이 7일 오후 2시쯤 자신의 사무실에서 축하인사차 들른 일부 기자들과 만나 환담을 나눈데서 비롯됐다.
진 검사장이 지난해 3월 검찰보직의 노른자위 요직인 대검 공안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1년3개월간에 걸친 크고 작은 사건들을 회고하면서 후일담을 나누는 자리였다.
활달한 성격에 다변(多辯)인 진 검사장은 점심때 서초동 인근 음식점에서 대검간부들과 오찬을 하면서 '폭탄주'를 석잔 정도 마신 탓에 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대화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임지인 대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먼저 기자들이 "대전에 근무한 경력이 있느냐"고 묻자 "별다른 연고는 없다. 아! 대전에 조폐공사가 있지"라면서 문제의 발언이 시작됐다.
이 때 진 검사장이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얘긴데,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가 만든 것"이라고 운을 뗀 뒤 "공사 등 정부투자기업에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거기(조폐공사)서 조짐이 있어 아래에 복안을 만들도록 지시했었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이어 "경복고 후배인 강희복(姜熙復) 조폐공사 사장에게 얘기를 했더니 통하는게 있더라. 그래서 옥천조폐창의 기계를 (경산으로)옮기도록 했다"고 말한 뒤 기자들이 의아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이자 "김태정(金泰政)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까지 했다. 무슨 얘긴 지 못 알아듣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시더라. 이모 과장이 만든건데 보고서가 지금도 있을 거야"고 발언의 '신빙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진 검사장은 특히 "공기업 파업에 '우리가 이렇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노조가)너무 일찍 손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싱겁게 끝났다"고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은 뒤 "그래도 그냥 뒀으면 조폐공사의 구조조정은 2002년에나 가능했을 거야. 검찰이 구조조정을 앞당긴 셈이지"라고까지 말했다.
이를 전해들은 일부 기자들이 발언의 정확한 취지를 묻자 "절대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가 이후 "아…그런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설마 파업을 시키라고 할 리가 있겠느냐. 상식에 반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까지 했다.
진 검사장은 이어 다음날 오전 실무자들과 함께 기자실에 달려와 4쪽짜리 해명서를 내놓고는 '취중실언'에 불과하다며 파문진화에 나섰다.
그는 해명서에서 "공기업 최초의 구조조정 사업장인 조폐공사 파업사태에 신속히 대처해 향후 공기업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었던 만큼 일부 기자들에게 업적을 과장해 자랑삼아 한 말이 오해를 빚은 것 같다"며 "발언의 진의가 와전된것"이라고 말했다.
진 검사장은 "당시 조폐공사는 구조조정이 이미 쟁점화돼 파상적인 파업이 진행중이었고 이에 검찰이 대응한 것"이라고 말하고 "지난해 10월 노사대립중에 있었던 공사측의 조폐창 통폐합 방침 발표는 검찰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폐공사 노조는 작년 8월부터 기획예산위원회가 발표한 구조조정계획에 반발, 불법파업을 벌였고 검찰은 그해 12월 노조간부에 대한 사법처리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검찰은 공사측의 직장폐쇄로 노사대립 상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지난해 공사측에 직장폐쇄 조치를 풀어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건의한 바 있다"면서 "검찰이 파업을 유도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은 김장관이 해임된지 1시간만인 이날 오후4시쯤 "진 검사장의 발언은 실언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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