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모 대학 한 학과에 소속된 교수는 다섯명. 이 가운데 교수 1명만 온 가족이 동거(同居)하는 핵가족의 틀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교수 4명은 부부가 주중에 떨어져 살다가 주말에 합치는 '따또 가족'(따로 또 같이를 줄인 말, 학술적으로는 분거가족)을 포함한 단독가구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4명의 단독가구 가운데 독신이 1명, 1명은 전업주부인 아내와 자녀가 서울에 따로 떨어져 살고, 또 1명은 자신과 자녀들은 대구에 살고 부인은 부산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 나머지 1명은 자녀들은 유학가고 남편은 서울에서 떨어져산다.
이 학과 교수들의 경우, 다정하게 웃는 가족사진이 걸려있는 아파트에서 매일 같이 생활하는 핵가족유지율이 20%에 그친다.
다소간 편차는 있을지라도 가족이 동거하는 비율이 급감하고 분거하다가 일정한 주기로 모이는 '따또 가족'이 80년대 이후 무섭게 늘고 있다.
이처럼 '따또 가족'이 대안적인 가족의 형태로 늘기 시작한 것은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 그전만 해도 부부가 같은 지역에서 직장을 찾을 수 없을 때에는 대부분 아내들이 직장을 포기했거나, 남편의 직장이 있는 쪽으로 별로 원치않는 직업이라도 취업하는 방향으로 조정했으나 오늘날은 단연코 '사표, No'를 외친다.
이미 '결혼은 선택, 직장은 필수'인 시대를 살면서 부부가 서로 원하는 방향으로 직장을 갖기 위해서 협의 조정하거나 잘 되지 않을 경우 당당하게 '별거'를 택함으로써 '직장 포기'가 아니라 '결혼생활을 조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김태현.박숙자는 '한국의 비동거 가족에 대한 연구'(도표 참조, '결혼과 가족의 이해', 학지사, 1998 인용)에서 '따또 가족'이 맞벌이 부부의 새로운 적응양식으로 등장한 지 오래라고 밝혔다. 맞벌이만 아니라 자녀교육중시도 따또 가족을 양산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남편이 전근을 가더라고 아내는 살던 곳에 그대로 눌러앉아 자녀교육을 전담하는 비율이 적지않다.
아내들은 자연히 "여보, 물", "여보, 재떨이"하던 남편의 잔심부름에서 해방되는 반면, 정서적인 문제를 안게 됐다.
통계청이 5년 단위로 조사하는 인구주택총조사 90년, 95년판에 따르면 95년 현재 전국의 단독가구는 164만2천406가구로 90년의 102만1천481가구보다 50%이상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대구의 경우 90년도에는 단독가구가 5만9천890가구였으나 95년에는 8만2천766가구로 약 40% 늘어나 전국통계와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통계청 경북사무소 사회조사과 자료 제공)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을 대상으로 분거가족을 조사한 결과도 약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분거가족의 출타를 일주일 이상으로 정의했기 때문에 일주일을 단위로 통근하는 소위 주말부부는 분거가족에서 제외됐음을 감안할 때 분거가족의 비율은 28%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효가대 사회복지학과 손덕수교수는 "서로 떨어져서 사니 중요성을 깨닫고 부부싸움이 줄어들며 정이 두터워지고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들려준다. 자신이 '따또 가족'이기도 한 손교수는 주말이면 친척방문, 여행, 문화행사 등으로 부부간의 거리를 적극적으로 메워나간다.
반면 부정적인 면으로는 자녀교육면을 들 수 있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
같은과 사회복지학과 권복순교수는 "자녀들이 어릴수록 어머니나 아버지의 부재가 자녀에게 적합한 역할모델을 제시해주지 못해 자녀의 사회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동네나 지역사회의 기능이 강화돼 이런 공백을 보충해주어야한다고 말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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