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구 발언과 김태정의 퇴진

노동계의 '6월 총파업 투쟁'이 잇따른 돌출변수의 출현으로 예상치 못한 동력을 얻어가고 있다.

고관 부인들의 '고급옷 로비의혹' 파문으로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조폐공사의 파업을 유도했다는 진형구(秦炯九) 전 대검공안부장의 '폭탄발언'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그동안 'IMF 위기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대의명분에 밀려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구조조정 저지투쟁이 이제 힘을 얻게 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고관 부인들의 '옷 로비' 파문과 진 전 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으로 현장의 투쟁열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4, 5월 파업투쟁의 실패로 의기소침해 있던 민주노총 역시 이번 파문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비교적 국민의 정부에 호의적이었던 상당수 시민·사회단체들도 대정부비판에 가담하며 연대투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노동계의 6월 투쟁이 심상치 않은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계의 총파업 투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노총은 주말까지 '파업유도' 사태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데 투쟁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9일 낮 서초동 대검청사 앞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안대책협의회의 해체를 촉구하는 항의집회를 개최한뒤 10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 집결, 청와대까지 가두행진을 벌인다는 것이 그런 계획의 일환이다.

민주노총은 이어 주말인 12일 오후 서울역에서 임단협 투쟁 승리결의대회를 가진뒤 정부여당의 태도와 현장 노조원들의 투쟁열기 등을 종합판단, 총파업 투쟁의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파업유도 의혹의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일방적 구조조정을 계속할 경우 이달말쯤 다시 총파업 투쟁에 들어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노총은 당초 계획했던 이번 폭탄발언의 여파로 '6·16 총파업' 투쟁의 열기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노총은 9일 오전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총파업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파업유도 발언의 진상규명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총파업 투쟁계획을 차질없이 준비키로 의견을 모았다.

노총은 이를위해 조폐공사 파업사태 당시 기획예산위원장이던 진념(陳稔) 기획예산처장을 노동관계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하는 한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가두집회를 계속키로 했다.

노총은 이어 16일 오후 1시부터 5시간동안 산하 전사업장 노조가 동시에 총파업투쟁에 돌입, 일방적 구조조정의 중단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허용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노총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우리의 요구에 대한 성의있는 태도를 취하지 않을경우 전 노동자들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면서 "총파업투쟁이 예상외의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계의 이같은 투쟁계획은 그러나 파업유도 의혹의 진상은 규명하되, 이번 파문이 산업현장의 불안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비판적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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