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에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민심을 동요케 하는 초대형 악재(惡材)들이 연이어 터졌다. 고가 옷 로비 의혹에다가 검찰 간부의 파업 유도 발언 등 한결같이 IMF고통에 신음하는 서민들과 노동자 계층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김대통령 자신도 "내게 왜 이런 일이 자꾸"라면서 통탄할 지도 모르겠다.
결국 표적이 돼온 김태정 법무장관을 경질함으로써 외형상 사태가 수습되고 있는 듯하지만 상심한 민심은 어떻게 위로가 될지.
사실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청와대의 태도는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한 안하무인(眼下無人) 그 자체였다. 통치권 차원의 고충도 있었겠지만 김전장관을 보호하는 바람에 오히려 통치권이 더 위태로운 수준으로 치달았다.
자존심과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도 큰 역할이다. 정치라는 물고기는 국민이란 물속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여론에 편승해 나라를 이끌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번 건은 다르지 않는가. 고가 옷 사건은 국민들에게 절망감과 허탈감을 던져 주었다.
김대통령 자신도 민심이 이렇게 빠르고 광범위하게 나빠질 수 있다는데 깜짝 놀랐을 것이다. 민심은 그렇게 여리다가도 질풍노도처럼 다가오는 무서운 것이다.
그동안 김대통령의 주요 국정 점수는 나쁜 편은 아니었다. 재작년 암울했던 때를 상기하면 경제 회복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으며 대북 포용정책도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여론도 우세한 편이었다.
박정희 전대통령 재평가를 통해 동서화해의 단초는 열었다. 그러나 민심과 역사에 대한 두려움은 매일 아침에 거울을 쳐다보듯 늘 새겨야 한다. 지난 정권때 YS의 국정실패로 DJ의 정계복귀가 가능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YS가 전직대통령으로서 거친 말들을 쏟아내고 5공 세력들이 재기를 노리며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것은 현 정부가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은 아닐까. 김대통령과 청와대는 이제 겸허한 자세로 차분히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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