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승자없는 발칸전쟁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고가 군사협정을 체결함으로써 78일간 계속됐던 발칸전쟁의 포성이 멎었다.

앞으로 서방 선진 7개국 및 러시아(G8)가 합의한 코소보 평화안이 유엔 안보리서 통과되면 국제보안군 6만명이 코소보에 진주, 평화유지군으로서의 역할을 맡아 세계인을 놀라게한 이 전쟁을 마무리 짓게 된다.

어찌보면 이번 전쟁은 미국의 세계 대형(大兄)노릇을 앞세운 패권주의와 집권 기반 강화를 꾀하는 밀로셰비치의 정치적 욕구가 맞부딪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번 전쟁은 유엔결의 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시작, 유고 국내 문제에 독단적으로 개입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게 사실이다. 나토측은 인권침해 행위를 즉각 응징하는 신국제주의에 따른 것이라 주장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아시아.아프리카.중동의 인권문제에 소극적이던 미국이 유고인의 인권문제를 앞세워 인명피해 1만5천명, 난민 100만명을 발생시킨 대공습을 단행한 것이 과연 인권보호 차원의 신국제주의냐는 반론에는 아무래도 답변이 궁색할 듯 하다.

더구나 베오그라드의 중국대사관 오폭사건이후 러시아.중국.북한.이라크 등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새롭게 결속, 블록화할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21세기 신냉전체제 구축의 가능성을 보인 것은 서방측으로서는 손실이란 분석도 가능할 것 같다.

이러한 문제점외에도 이번 전쟁기간동안 아시아.태평양 주둔 미군을 발칸지역으로 이동시킴으로써 미국의 윈윈전략에 한계를 드러낸 것도 남북 대치 상태인 우리로서는 그냥 넘길수 없는 문제점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피해 당사국인 코소보 현지 사정이다. 유고경제는 이번 전쟁으로 20년이상 후퇴했고 최소한의 복구비만도 300억달러 이상이 든다고 하니 앞날이 걱정이다.

알바니아계 주민 100만명이 귀환, 보복할것이 두려워 이번에는 세르비아계가 고향을 등지고 있고 다뉴브강은 공장폭파로 오염됐나 하면 공습으로 정유공장, 도로 등 기간시설은 제대로 남아있는게 없을 정도다.

결국 이번 전쟁은 서방측에는 유엔 위상 약화와 미국의 패권주의에 항변하는 블록화 움직임 등 역기능을 초래했고 유고에는 국가 파탄의 고통을 안겨줬을뿐 진정한 승자는 어느 쪽도 아닌 듯 하다.

어쨌든 철군 협정이 체결된 이상 세르비아군은 평화롭게 철수해야 할 것이며 서방측도 코소보 평화정착을 위한 경제적 지원에 발벗고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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