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활연구소에서 심리검사를 담당할 때의 일이다. 하루는 상과대학 학생이 '제 적성이 전공과 맞지 않는 것 같아서…'라고 찾아왔다. 이 학생에게 적성검사를 실시해 보니 상과대학 학생에게 필요한 언어력, 수리력은 높은 것으로, 반대로 필요치 않는다고 할 수 있는 추리력, 공간지각력은 낮은 것으로 나왔다. 즉, 이 학생은 자신의 말과는 달리 전공이 적성에 맞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생들도 같은 결과를 나타낸다.
왜 적성검사에서 전공과 적성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할까? 그건 적성을 능력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래 적성은 '구체적인 특정 활동이나 작업을 할 때의 미래의 성공 가능성'으로, 능력, 흥미, 유능감의 세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적성을 능력이라고 보고 적성검사를 만들었고, 고 1때 이과, 문과의 선택, 대학의 학과선택시 적성검사의 결과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학교성적과 적성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언어력, 수리력, 추리력 등의 여러 적성들이 모두 높은 것으로 나오는데 비해,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여러 적성들이 모두 낮은 것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때문에 고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의 문과, 이과의 선택에 대해 지도할 때 어느 교과목 성적이 좋은지를 판단근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능력에 바탕을 둔 적성검사의 결과보다는 흥미나 유능감에 바탕을 두고 진로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어떤 분야의 일에 대해 흥미가 있거나 '내가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는 유능감만 있다면 그 일에 적합한 능력은 키울 수 있다고 본다.
개인이 지니고 있는 흥미나 유능감을 함께 고려하여 진로를 선택할 때 '내 전공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란 학생들의 푸념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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