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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화가 운보 김기창 일대기 소설형식 빌어

'바보산수'로 널리 알려진 원로화가 운보 김기창〈사진〉의 삶을 조명한 책이 나왔다. 경희대 최병식 교수가 운보의 일대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 쓴 평전 '천연기념물이 된 바보'(도서출판 동문선 펴냄).

최교수는 10여년에 걸친 운보와의 대화, 3년여의 집필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 예술사에 큰 획을 그었던 두 기인을 떠올렸다고 술회한다.

예술사에서 농아의 대명사처럼 거론되는 '베토벤'과 '고야'.

베토벤은 경제적 어려움에 겹친 청각마비에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까지 써놓은 상태에서 '제5교향곡 운명' '제6교향곡 전원' '제9교향곡 합창' 등 불후의 명작들을 만들었다.

스페인 출신 화가 고야는 46세 나이에 궁정 수석화가라는 최고의 영예를 차지하지만 청각이 마비되는 시련속에서도 '성 안토니오 데 라 프로리다 성당의 천정화' '마야' 등 많은 명작을 남겼다.

최교수는 지금 당장 이들의 예술적 절대가치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운보에게서는 예술가이기 이전 한 인간으로서 보여준 사랑과 헌신이 곁들여진 예술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첩의 자식이라는 불우한 가정배경과 청각상실 등의 숱한 고난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미술계의 거장으로 성장하고 말년에는 장애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삶이 바로 그것.

운보에 못지 않을만큼 이 시대 예술의 선각자였던 우향과의 동지적 부부로서의 사랑과 연민, 작업과 현실에서 빚어지는 치열한 괴리 등도 이 평전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지게 한다.

최교수는 '천연기념물이 된 바보'에 이어 운보의 작품세계를 학술적인 면에서 연구한 '운보 김기창 예술론 연구'를 잇따라 출간, 운보의 삶과 작품론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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