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4개의 황희정승 눈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로 한국화가 김호석(42)씨가 선정됐다. 한국화의 맥을 독창적으로 발전시켜 온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그는 옛 선현들의 인물화로도 이름값을 하고 있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4개의 눈을 표현한 황희정승의 인물화. 두눈 위에 또 두눈을 그려 넣은 것이다. 뚜렷한 윤곽선과 짙은 농담 사이로 번득이는 정승의 두 눈은 당시의 시대를 보는 눈이고 나머지 두 눈은 오늘의 시대를 굽어 보는 눈이라는게 작가의 말이다. 시사하는 바가 매우 심장하다. 여말선초의 문신 황희정승의 트레이드마크는 뭐니해도 청렴이다. 고액옷 뇌물사건으로 얼룩지면서 드러나기 시작한 서툰 민심읽기와 직언이 희귀동물로 변해버린 세태에 치열한 정승의 눈들은 비록 그림속이지만 그래도 한가닥 위안이 된다. 이로 말미암아 가슴 찔끔한 이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대통령이 대통령정책자문기획위원들과 오찬을 했다. 이 기구 출범 1년6개월만에 가진 첫 오찬인 것도 야박스럽지만 말꼬리를 돌리고 직답을 피해 원론에 머무는 대답방식은 아무래도 민심자문을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왜 싫어 할까. 혹 그 원인이 사람의 장막 탓이라면 이 기회에 한번쯤 주위를 살펴봄직도 하다. 옛 말에 천하에는 세가지 위험이 있다고 했다. 덕이 적은 이가 총애를 받고 재능이 없어도 높은 지위에 앉아 있으며 큰 공을 이루지도 못하고 많은 녹을 받는 사람을 등용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막을 치고 있는지 없는지 정녕 가릴 눈이 없다면 4개의 눈이 그려진 황희정승의 그림이라도 청와대에 걸어 놓으면 어떨까.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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