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인간이 만들어 낸다. 공직자는 그 중추기능을 담당한다. 그래서 언제나 공직자의 바른 임명이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정권때에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한데 장관을 임명해 놓고 나서 이런저런 문제에 걸려 일주일이 못되어 갈아치우기가 일쑤였다.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 임명한 뒤에 갈아치우는 꼴이었다. 지금 정권에서도 이런 문제는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예전 왕조에서도 이 문제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아무리 과거를 통해 인물을 선택했을지라도 그 자질의 평가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질이 모자라면 권력이 손아귀에 들어왔을 적에 이를 이용해 부정을 저지르고 불법을 자행하였다. 또 권력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아 막대한 재물을 모았다. 고려의 중기 사회가 안정되었을 때에 벼슬아치들은 부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직자의 청렴한 기풍을 진작하고 부정을 방지하는 방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럴 때에 유학자인 김심언(金審言)이 성종임금에게 글을 올려, 유교의 가르침에 따른 바른 신하의 정의와 백성을 위하는 기본 자세를 설명했다. 그 글의 요지는 이러했다.
첫째 관직에 안일하고 녹봉을 탐내며 공무에 힘쓰지 않고 세상 조류에 따라 이리저리 눈치나 보는 사람은 겨우 신하라는 이름을 갖추고 있는 부류입니다. 둘째 임금이 말한 것은 모두 좋은 말이라 하고, 임금이 하는 일은 모두 잘한 일이라고 하며 얼굴을 꾸미고 아첨을 일삼아 임금과 좋게 지내는 사람은 아첨 잘하는 부류입니다. 셋째 말을 교묘하게 꾸미고 얼굴을 보기 좋게 꾸미며 착한 사람 을 투기하고 어진 사람을 질투하며 등용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서는 착한 점만 밝히고 나쁜 점을 숨기며 쫓아내고 싶은 사람에 대해서는 잘못된 점만 밝히고 좋은 점은 숨기어 임금으로 하여금 상과 벌을 부당하게 하고 호령이 행해지지 못하게 하는 사람은 간신입니다. 넷째 지혜는 잘못을 바른 것으로 꾸며댈 만하고 언변은 꺼낸 말을 시행시킬 만하며 안으로 골육불이를 이간하고 밖으로 조정에 난을 꾸미는 사람은 참소하는 신하입니다. 다섯째 권세를 독차지해 조정을 농간하고 패거리를 조성해 재물을 노리며 왕의 명령을 마음대로 해 자신의 영화만을 도모하는 사람은 도둑의 신하입니다. 여섯째 임금에게 간사한 태도로 아첨하고 임금을 불의에 빠뜨리며 붕당을 이루어서 임금의 총명을 가리어 흑백과 시비를 구별 못하게 하며 임금의 악을 국내에 퍼뜨리고 이웃 나라에 들리게 하는 사람은 망국의 신하입니다.
비록 장황하지만 오늘날에도 귀담아 들을 내용들이다. 인간의 간악함과 심성을 잘 짚어 설파하고 있다. 성종임금은 이를 관아에 써붙여 놓고 벼슬아치들에게 외우게 했다. 이렇게 해서 성종은 문치를 이룩한 임금으로 역사에서 꼽는다. 언제나 교활한 사람의 입은 단순치 않다. 한편 인간의 속성은 바른 말을 싫어한다. 특히 최고 지도자는 더욱 심하다.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낚는 것이다.따라서 지도자는 이를 잘 간파해서 임명해야 하며 임명한 뒤라도 발견되면 서슴없이 쫓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공직사회가 맑아진다. 해방후 지역 편중의 인사가 늘 말썽을 불러 일으켰다. 따지고 보면 이런 편중보다 더욱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이 교활한 자가 등장하는 풍토이다. 어떤 장관이라도 그가 맡은 일은 국가의 중추기능에 속한다. 최고 임명권자는 개인의 충성보다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킬 사람을 골라 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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