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과 조류들이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덫과 올가미, 엽총과 독극물에 의해 살상되는 TV화면을 볼 때마다 인간의 비도덕성과 잔인성에 전율을 느끼게 됨은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니었으리라.
어떤 외지에 실린 사진 한 장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그린 일이 있다. 독일의 어느 전원도시 교차로 신호등 바로 밑에 야생조 한 쌍이 둥지를 틀고 있었는데, 시민들은 새가 집을 짓기 시작하자 신호등의 불을 꺼주었다. 조용한 환경속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품으라는 따뜻한 배려에서다.
뿐만 아니라 차가 그 지점을 왕래할 때는 속도와 클랙션도 자제했다. 그야말로 꿈 같은 문화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고, 저들의 자연사랑이 무지개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만약 우리의 경우 같았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모르긴 해도 관계기관의 행동대가 출동하여 쇠갈고리로 새 둥지를 철거하든가, 아니면 소방호스로 물벼락을 퍼부어 교통방해꾼을 단호히 징벌하지 않았을까.
어느 등산길에서 다음과 같은 팻말을 본 기억이 난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마십시오. 아름다운 추억만 가지고 가십시오. 가실 때는 아무것도 남기지 마십시오. 발자국만 남기고 가십시오'누구나 한번쯤은 되새겨볼 만한 자연사랑의 경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간혹 작자미상의 다음과 같은 시구(詩句)를 머리속에 되새겨 보면서 인생과 자연을 음미하곤 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사랑도 벗어 놓고 마음도 벗어 놓고/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때는 바야흐로 싱그러운 낭만의 계절이다. 우리 모두 나래를 활짝 펴고 대자연 속으로 힘차게 달려 가 보자.
〈동서병원·한방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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