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한국시각 오후) 음베키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만델라에 이은 '흑인 2기 정권'을 출범시켰다.
"오만해지지 않고 사려깊게 나라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힌 타보 음베키(57)대통령은 흑백간 인종갈등 보다는 가난과 실업, 범죄 등 보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음베키정권에게 던져진 과업은 만만치 않다. 만델라대통령이 350년 동안의 백인 압제를 중단시키고 '유혈참사 없는 흑백동거 시대'를 개막하는데 성공했다면 음베키대통령은 만델라가 완성하지 못하고 그림만 그려 놓은 개혁을 가속화하는 과업을 맡게 됐다. 즉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따른 흑백 인종차별이 남겨놓은 사회적 상처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 실질적인 흑백 동거시대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음베키정권의 가장 큰 현안은 경제 문제다. 만델라대통령이 임기중 100만호의 주택건설을 약속했지만 68만 가구 밖에 짓지 못했으며 흑인들의 실업률은 42%에 이른다. 남아공의 경제 성장률은 올해 1%도 채 되지 않는다. 흑인들의 높은 실업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범죄 발생률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많은 백인들이 남아공을 떠났고 외국인들의 투자까지 망설이게 하고 있다.
음베키정권의 앞날이 그리 밝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이날 대통령직을 떠난 만델라에 대해서는 '거인 퇴장하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만델라는 음베키에게 대통령을 물려주면서 "나를 키워준 계곡과 언덕, 시냇가를 일곱명의 손자와 함께 거닐며 여생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베키대통령이 개혁 작업을 순조롭게 해 내지 못할 때 그의 '정치적 아버지'인 만델라는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흑인정권을 창출해 낸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은퇴한 뒤에도 음베키정권의 막후에서 개혁 작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한편 16일 오전(현지시각) 정부청사에서 열린 음베키대통령의 취임식에는 한국의 김종필(金鍾泌)총리를 비롯한 62개국의 수반과 각료 등 각국의 경축사절들이 참석했다.
김총리는 이날 오후 만델라전대통령의 환송공연 및 만찬에 참석한 뒤 17일 오전 음베키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양국간 경제협력방안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요하네스버그.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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