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째 오직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857∼?)이란 한 우물만 파고 있는 소장학자 최영성(崔英成·39) 성균관대 강사가 총 4권으로나올 '최치원전집'(아세아문화사 펴냄) 중 고운의 시문집만을 골라 순한문인 원문에 상세한 풀이를 달고 한글번역을 붙인 시리즈 2권째를 냈다.
최씨는 지난해에 신라말 최대의 문장가이자 불운의 지식인인 최치원이 당시 유명한 승려들의 행적을 비석에 써서 남긴 이른바 사산비명(四山碑銘) 전문에다 방대한 주석과 치밀한 번역을 붙인 전집 첫권을 냈으며 내년안에 현재 남아있는 우리나라 가장 오랜 문헌이자 문집인 '계원필경집'을 3,4권으로 낼 예정이다.
2권은 조선초 서거정이 편찬한 우리나라 역대 시문집인 '동문선'이나 '삼국사기','신증동국여지승람' 같은 문헌이나 비석 등에서 산발적으로 전하는 고운의 시(詩)와 문(文)을 다루고 있다.
그의 문장은 한문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사륙변려문(四六騈儷文) 일색이고 그 배경을 모르면 도대체 어떤 뜻인지조차 종잡기 어려운 한자고사를 빈번히 끌어대기 때문에 당대제일의 학자라던 서거정마저도 손을 내저었을 정도로 어렵기로 소문나 있다.
때문에 최치원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려면 그가 쓴 고사가 원래 어떤 책에서 어떤 뜻으로 쓰인 것임을 먼저 밝혀내야 한다.
1권에 이어 시문집을 다룬 이번 2권에서도 본문 번역보다도 주석이나 풀이가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최치원이 쓴 고사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를 논어·맹자·시경·서강·주역따위 유교문헌은 물론 화엄삼매경이나 각종 고승전, 노·장자를 비롯, 불교, 도교 등 각종 전적을 뒤져 샅샅이 밝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문집에서 다룬 최치원의 시는 계원필경에 전하는 것들을 제외한 56편이지만 한글소설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조선 중기 허균의 말처럼 문장에 비해 그다지 작품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최치원 문장의 백미는 임금에게 신하가 올리는 표(表)나 장(狀),계(啓),어떤 기원을 담은 원문(願文), 사물의 아름다움을 기리는 찬(讚), 기록문인 기(記)와 같은 산문성 문장에 있다고 최씨는 말했다.
특히 '신라가야산해인사선안주원벽기'와 '신라가야산해인사결계장기', '신라호국성팔각등루기' 등 3편은 문장 자체가 수려한데다 각각 해인사 역사와 신라말 호국사상과 화엄종 사상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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