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비'. 사전에도 수록되지 않은 이 말은 '양반가문에서 태어나 광대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란 뜻이다. 19세기 전반 조선 8명창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날린 권삼득(본명 권정·1771-1841) 역시 순탄치 않은 비가비의 길을 걸었다.
광대노릇으로 가문을 욕보인 죄로 문중에서 멍석말이를 당하는 순간, '소리 한대목이나 하고 죽게 해달라'고 간청해 오히려 목숨을 건진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제비 후리러 나간다'는 흥보가의 더늠(명창들이 판소리에 만들어 넣은 특출한 소리대목)으로 일대를 풍미한 그가 바로 '설렁제'라는 창법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권삼득의 일대기를 그린 마당창극 '비가비 명창 권삼득'(원작 곽병창·총연출 임진택)이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명창의 열전을 창극화하려는 시도가 주는 생소함은 물론이고 '마당창극'이란 낯선 공연형태 또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연출자 임진택씨는 "마당에서 행해지던 소리판이 원각사같은 극장으로 들어가면서 생성된 창극은 소리꾼과 청중의 관계를 닫힌 관계로 고착시키고 말았다"며 "이번 공연은 관객의 신명을 최대한 살려나가는 최초의 열린 창극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춘향가 5호 동초제 보조자인 은희진씨가 명창 권삼득을 열연할 이번 공연은 전라북도도립국악원 창극단과 도립관현악단, 도립무용단이 함께 꾸미는 대형 공연으로 마련된다.
신분적 특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천민광대의 길을 선택, 반상차별이라는 시대적 모순을 '소리'로 극복해 낸 권삼득의 일대기는 여는 마당과 닫는 마당 사이에 12과장으로 이뤄져 있다. 공연문의 0652)252-1395.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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