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남북 교전(交戰)으로 햇볕정책의 실상은 대내외적으로 또 한차례 비판대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정책입안자들이 아무리 대의명분을 끌어들인 고담준론(高談峻論)을 펼치더라도 직접 세금을 내는 일반의 반응은 거의 예외없이 '제 것다주고 뺨맞은 격'으로 표현된다.
우선 대내적으론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의 한 축인 자민련까지 긴급 당무회의에서 햇볕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약속을 받아낸 뒤 금강산관광, 비료지원을 재개하자"는 강경론으로 압축된다.
사실 교전이 있기 전에도 남북 해군의 첨예한 대치현장 옆으로 비료 실은 남쪽의 배가 유유히 북으로 향하는 이 희대(稀代)의 희화적(戱畵的)인 사건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설명될지 궁금한 일이다.
그래서 "비료나 의약품, 종자지원은 몰라도 금강산 관광을 통한 달러지원은 안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해외의 비판론자들의 주장은 보다 신랄하다.
미국의 리차드 아미티지 전국방차관은 "햇볕정책이 애초 한국정부의 대북카드를 모두 북측에 내보임으로써 정책의 성패를 김정일에게 맡겨놓았다"고 꼬집었다.
중국측의 시각도 무척 현실적으로, "북경의 차관회담을 앞두고 한국에서 비료를 받는 것만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하기에는 북한이 손해라는 계산때문에 서해 교전은 차관회담 발목잡기"로 해석했다.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통일부장관의 장황한 설명에 야당의원들이 퇴장으로 맞설때 여권 의석에서 "그러면 전쟁을 하잔 말이냐"로 응수하는 단순논리로는 그들 내부조차 설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내세운 통일정책의 근간은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화해협력추구다. 만약 이 과정에서 상호주의의 원칙도 보류하고 책임추궁도 뒤로 미루다 보면 그들로선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신수(新手)개발에만 신경쓸 것 아닌가.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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