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새가 있어야 산의 고요를 안다고 했다. 서해의 교전이 새삼 남북의 실존을 강하게 말해준 어저께였다. 햇볕에 부셔 한번이라도 똑바로 쳐다 보기나 했나. 기껏 선글라스를 끼고 비스듬히 훑어 보았던 정도. 양쪽의 포연들로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실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이것은 비극. 그렇지만 금강산에는 오른다. 희극. 해괴한 오늘의 무대에 서 있는 우리는 도대체 어떤 성격의 배우들인가.
시민들은 생필품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 그 정도면 한 쪽으로 요동 쳤어야 할 주가였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았다. 왜? 성숙했기 때문에. 성숙 좋아하네. 무엇에 대한 성숙인가. 눈치로 밥 먹어 온 화려한 이력의 성숙이라면 이건 분명 정당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그렇지만 정당화 되어있다. 그런 정당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쪽 끝이 제도화 되어 있고 다른 쪽 끝은 폭력과 맺어져 있는 정당화. 그 두 끝이 돌아가며 숨박꼭질을 하고 있음은 이미 숱한 역사에서 보아온 교훈이질 않는가. 그래도 온당함 뿐이라고 우길 것인가.
고액 옷 뇌물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등을 묶어 항간에는 이를 4대 의혹이라고 했다. 풀어 보려는 쪽과 풀리지 않으려는 쪽의 균형 싸움이 어지간히 맞아 떨어지고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의혹 덩어리들은 벌써 사라졌거나 까발려 마른 포가 되었을 텐데 늘 균형을 무시하지 않는 꾼들의 지혜 덕분에 검찰이나 국회도 생존할 줄 아는 것이다. 곳곳에 허방다리 투성인데도 꾼들이 그런게 정치라고 하면 그런줄 안다. 그래서 꾼들은 정치를 하면 무엇이든 믿게 만들 수 있고 무엇이든 하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염낭거미란게 있다. 풀잎을 말아 집을 짓고 그 속에 알을 낳아 새끼를 부화시킨다. 이것까지는 얼마나 평화로운 자연의 한 실체인가. 부화한 새끼들은 어미 거미를 식량원으로 삼아 어미를 산 채로 뜯어 먹으며 성장한다. 생존을 위해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아무런 허방다리가 없다. 물론 인간사와 이를 대비한다는 것이 무리지만 그래도 염낭거미에게는 꾼들이 없다. 무엇이든 믿게 만들지도 않고 무엇이든 하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 오로지 생존의 규칙이 그러할 따름이다.
하늘에서 나온 권력이 과연 있을까. 꾼들은 그러나 꼭 하늘이라고 지칭은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하늘임을 과시하려 한다. 그래서 진기하고 가득 잘 차려진 말의 성찬을 진상받기 좋아한다. 허울인줄 짐작은 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 싫어하고 우선 달기때문에 억지로 잊어 버리려한다. 권력을 정당화해 주는 하늘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자기만은 그렇다고 고집하고 싶어 한다. 하늘이 따로 할 일이 별로 없다면 몰라도 그렇지는 않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누구도 같은 강물에 두번 들어 갈 수 없다고 했다. 지금 우리들 사이로 흐르는 강물 또한 어느 누구도 두 번 들어 갈 수는 없다. 왜? 도도한 흐름때문이다. 멈추지 않음 때문이다. 그래도 강물을 멈출 수 있다고 길길거리며 뻥 튀길 것인가. 거울은 현실을 복제하되 반대로 복제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
만파식적(萬波息笛). 원명은 만만파파식적이다.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설화에 의하면 이것은 전설상의 피리. 죽어서 바다의 용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은 합심해서 용을 시켜 동해의 한 섬에 대나무를 보냈다. 이 대나무는 낮에는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면 합하여 하나가 되었다. 신문왕이 대나무를 베어서 피리를 만들어 부니 나라의 모든 근심이 사라져 이를 국보로 삼았다고 한다.
"만파식적 어디 없소?"하고 외치고 싶은 요즘이다.
김 채 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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