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공포영화 '링' 한국판 리메이크

김영빈감독의 '링'은 나카다 히데오감독의 98년 동명영화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스즈키 코지의 연작 '링''라센''루프'의 첫번째 소설에 해당된다.

염력에 의해 투사된 비디오테이프. 이 영상을 보면 1주일후 그 시간에 죽는다. "살고 싶으면 이것을 실행하라"는 자막이 뜨지만 영상은 여기에서 끝나고 만다. 우연히 영상을 보아버린 신문기자와 초능력을 믿는 의사는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를 풀기 위해 퍼즐게임같은 사투를 벌인다.

소설에서 보듯 코지는 화려한 얘기꾼이다.

원한을 품고 죽은 여인이란 동양의 고전적인 공포코드를, 저주받은 비디오 테이프라는 현대적인 것과 결부시킨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왕따'당한 초능력 소녀, 바이러스처럼 세포분열하는 저주 등 일본인들에 내재하고 있는 공포심을 극대화시켜 영화 '링'은 일본에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특히 '행운의 편지'처럼 무작위로 자행되는 익명의 광폭함을 비디오 테이프에 대입시켜 풀어나가는 것이 일품이다.

김영빈감독의 한국판 '링'의 장점은 화면효과다.

TV영상을 접사(接寫)한 거친 영상, 회상신의 흑백 처리,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 적절히 밀고 당기는 카메라 워크, 음악에 스크레치(긁힘)을 내듯 튕기는 현악기의 '기괴한 음향'은 심리적 공포를 예리하게 증폭시켜 간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보다 나아진 신은경의 연기와 TV에서 기묘한 매력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배두나가 악령으로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그러나 미리 예견했듯, 고지식하다 싶을 정도로 리메이크에만 충실한 것이 실망스럽다. 초반부 오프닝과 결말 부분은 특히 심하다. 비디오 테이프를 본 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부모를 희생시키려는 지극히 일본적인 발상까지 그대로 옮겨 담았다.

일본식 공포에 '전염'된 한국 감독의 고답적인 발걸음을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로 반짝거리던 신인감독에게서 느낀다는 점이 안타깝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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